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만나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해 글로벌 투자 유치를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은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에 물꼬를 텄다.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열린 면담에서 핑크 회장은 “AI와 탈탄소 전환은 함께 가야 한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AI 수도 실현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돼 환영한다. 긴밀한 논의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며 화답하며 핑크 회장을 한국으로 직접 초청했다. 블랙록은 운용자산 12조5000억 달러(약 1경7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과 함께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결성해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블랙록의 100% 자회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 아데바요 오군레시 회장과 김용 前 세계은행 총재도 배석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취임 이후 대한민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가 안정화됐다"며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를 표하면서, AI와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 추진을 높게 평가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호텔에서 AI 산업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블랙록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랙록은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국내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 △한국의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AIP)' 참여 가능성 등이 담겼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브리핑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는 방안을 협의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거점 역할을 구상하기로 했다"며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AI·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방향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점은 향후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면담에 배석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정부·블랙록 간 TF가 구성되면 투자 포트폴리오와 실행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수조 원 단위의 파일럿 투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가 '대규모 투자'라고 할 때는 통상 수십조 원 단위를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투자 방식은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FI)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창 대통령실 국가AI정책비서관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전략적 투자(SI)와 달리 블랙록은 한국이 마련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한국의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실행돼야 블랙록도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3일부터 열리는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AI와 에너지, 인구 변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어 25일에는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 참석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