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하나

uno@ekn.kr

김하나기자 기사모음




‘추경호 체포안’ 가결…與野 ‘극한 대결’ 신호탄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27 16:27

‘내란’ vs ‘탄압’…영장 결과 따라 12월 정국 ‘폭풍전야’

신상발언 하는 추경호 의원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27일 내란 방조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추 의원이 내달 초 구속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등 혐의로 추진하고 있는 위헌정당 해산 심판 제청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극한 대결로 치달을 경 내년 예산안 심사와 각종 민생경제 법안을 심의 중인 연말·연초 정기 국회가 마비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앞서 내란 특별검사팀은 추 의원이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재석 180명 중 찬성 172명, 반대 4명, 기권 2명, 무효 2명이 나와 체포동의안은 출석의원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하며 통과됐다. 추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추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고, 이후 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중진이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추 의원은 향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신병 여부를 최종 판단받게 된다. 구속 여부는 다음 달 1~2일께 열릴 실질심사를 거쳐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는 내달 3일 전후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한때 초강경 투쟁 기조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악법 폭주"에 맞서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까지 검토하며 강대강 전선을 구축했다. “비상한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송언석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당 내에서는 해외출장 자제를 비롯한 '전시 체제' 주문이 잇따랐다. 의원총회에서는 “예산안도 넘겨주면 안 된다"는 강성 발언까지 쏟아졌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사실상 전제로 '방어전'을 펴려는 의도가 짙었다.


그러나 27일을 앞두고 여야 기류는 급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K-스틸법'을 포함한 비쟁점 민생법안 7건과 추 의원 체포동의안을 함께 상정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과한 모든 민생 법안 처리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과 국가인권위원 선임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맞섰지만, 결국 절충안을 찾은 셈이다. 여야가 추천한 인권위원 후보 2명에 대한 선출안도 이날 상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전날 제안한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를 법사위에서 진행하자는 요구에 대해, 이날 오후 5시까지 입장을 통보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국조 수용 조건으로 나경원 의원의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에 따른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양당의 협상이 법사위 운영권 전반을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추경호 체포 동의안 처리 항의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뒤 회의장에서 퇴장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예산안 협상까지 여야 공방의 연장선에 오르며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여당 뜻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회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예산안 협상을 연계해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협상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는 국회의 책무"라며 “민생법안 통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달 3일이 '비상계엄 1년'이라는 상징성과 추 의원 구속 여부가 겹치면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추 의원이 구속될 경우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2·3 불법 계엄의 내란 잔재를 확실하게 청산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대선까지 열세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고도화하면 국민의힘은 최소 1~2년 동안 방어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체포 동의안 처리 규탄 발언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항의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개최한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위헌정당 해산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의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당의 생존'에 무게를 둔 철야농성·장외투쟁 등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추경호 의원 문제로 우리를 내란 정당으로 몰면서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며 “저희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민주당의 내란정당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국민의힘은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판단 아래 대여(對與) 공세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야당 탄압 이미지 부각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한편,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 전략을 병행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재명 정권의 생명을 단축하는 정권 몰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류 속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한 원론적 사과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영장 결과가 향후 정치적 셈법을 좌우하는 만큼, 지도부가 메시지 조율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 대표가 추 의원 구속 여부를 감안해 당일(12월 3일) 새벽까지 대응 메시지를 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은 “(비상계엄 1주기가)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와 맞물려 있어서 그 결과를 보면서 시기와 내용 등 우리가 고민할 지점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