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의약품 관세협상을 타결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약 한 달 만에 합의 내용을 문서로 확정했다. EU의 대미 수출 의약품 관세율이 총 1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수준의 의약품 관세율을 약속받은 한국도 이와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EU 국가에서 생산한 의약품과 자동차, 반도체 등의 관세를 15%로 제한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문에는 EU산 의약품에 부과되는 최혜국(MFN) 대우 관세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합산한 최종 관세율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의약품 등의 수입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250%의 초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라 EU에 대한 미국의 합산 관세율이 최대 15%로 명문화함으로써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EU 제약사들의 관세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이에 대미 의약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도 EU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UN 무역통계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미 의약품 수출액 규모 16위에 그쳤던 한국은 올해 4~5월 12위를 거쳐 6월 10위를 기록하며 사상 첫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미국발 관세 파동으로 해외 주요국들의 대미 의약품 수출이 올 2분기들어 지속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를 역행하며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의약품 수입액은 총 2340억달러로, 이 중 1위 아일랜드(28%), 3위 독일(7%) 등 유럽연합 회원국이 수출한 의약품이 약 60%를 차지했다. 2위 스위스(8%)까지 포함하면 70%에 육박하는 비중을 유럽 제약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최대 경쟁상대인 EU 회원국 제약사들이 15%의 관세율을 확보한 만큼 조만간 발표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결과와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중요하게 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와 지난달 말 15% 관세 협상을 체결한 우리 정부는 의약품 분야 관세에 대해 최혜국 수준의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두 협의로 문서화 과정에서의 변수가 존재하지만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은 만큼, 업계는 일단 EU와 유사한 수준의 의약품 관세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미국과 EU의 공동성명서에는 제네릭의약품(합성의약품 복제약)도 적용대상이 되지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은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명시되지 않은 만큼, 우리 기업의 최대 대미 수출 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의 관세율도 아직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의약품에 대해 적은 관세로 시작해 1년~1년반 유예기간을 주고 최대 2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이번에 발표된 최대 15% 관세의 적용기간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