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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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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간동맥항암주입술’ 효과 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0 15:53

■ [인터뷰] '간암 명의'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교수

8회 주사 후 간이식 가능해져…간암 완치 성공

큰 혈관에 암세포 퍼지면 '색전술' 시도는 한계

고위험군, 6개월마다 혈액·초음파 검사 받아야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가 간암의 최근 치료 경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가 간암의 최근 치료 경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50대 직장인 A씨는 배에 복수가 차올라 동네병원을 거쳐 서울성모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단 결과 진행성 간암이었어요. 이미 주요 간문맥까지 종양이 깊숙이 침범했으며 간 내 종양의 범위가 넓었지만 다행히 타 장기로의 전이는 없었습니다. 간암 협진팀은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해 간동맥으로 직접 고농도 항암제를 주입하는 '간동맥 항암주입요법' 치료를 결정했습니다."


간암은 간을 이루는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간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간경변이나 만성 간염이 있는 환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기존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 술(알코올)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이다. 간암 환자의 약 60%는 B형 간염, 10%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


'간암 명의'로 권위가 높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간암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병기), 간 기능 상태,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결정한다"면서 “A씨의 경우 8회에 걸친 간동맥 항암주입요법 후 13㎝에 달했던 종양과 문맥 혈관에 침범한 암세포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이 치료 덕분에 간이식 수술을 받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성 교수에 따르면 조기 간암의 경우 간절제술이나 간이식을, 진행된 간암에서는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등을 병행하여 치료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간암은 재발이 잦다. 이유는 수술 후 남아 있는 미세한 암세포,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 조직 손상, 그리고 면역기능 저하 등이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간이식은 건강한 간으로 대체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간암 치료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꼽힙니다. 초기 간암 환자에게 간이식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지만 공여자의 부족과 비용 문제로 인해 모든 환자가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암의 크기가 크거나 여러 부위에 퍼져있는 진행성 간암 환자는 '간동맥항암주입술'을 통하여 간이식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하게 한 뒤 간이식 치료를 시도합니다."


간동맥 항암주입요법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트를 통해 간동맥에 직접 주입해 간암에 고용량의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이 독보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면 전신 부작용이 적게 발생한다. 주로 침윤성이면서 간문맥 침범을 동반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 적용하고 있다. 경동맥화학색전술에 반응이 없는 환자도 고려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5-플루오로우라실과 시스플라틴이다.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 또한 최근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진행성 간암에서 약 40%에 이르는 반응률을 보이고 있다.


간암 면역항암제는 최근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가 많이 낮아지고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인 경우는 전체 환자의 30% 정도로,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연구 결과 간동맥항암주입술이 면역기반치료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생존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면역항암기반 복합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동맥항암주입술을 시행했을 때 반응률이 43.6%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면역항암제 실패 후 2차 치료중 가장 반응률이 좋은 결과다.


“색전술은 작은 종양이 여러 개 있거나 큰 종양이 1개 있는 경우에 적합한 반면 화학주입술은 큰 종양이 여러 개 흩어져 있을 때, 큰 혈관에 침범돼 있을 때 적합합니다. 큰 혈관에 이미 종양이 침범한 상태라면 정맥류 출혈 가능성이 높은 항암치료는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항암화학주입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성 교수는 이어 “최근 지방간 등으로 간암 환자가 늘면서 진료실을 찾은 남성 환자들 중 간암 4기 진단을 받고 치료를 포기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이나 알콜성 지방간염 환자의 경우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 제외돼 있어 뒤늦게 거대 간암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뇨와 지방간이 있는 고령 환자는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혈액 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진행성 간암이라도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한 만큼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의료진과 꼭 적절한 치료법을 상의하기 바란다고 성 교수는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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