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자력에너지의 조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0 10:58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몇 년간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시설을 대거 확충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러 정부에 걸쳐서 재생에너지 확보 정책을 추진하여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크게 늘였다. 이것은 환경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생에너지는 국내 자급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처한 에너지 섬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단독으로 이상적인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바람과 햇빛에 의존하는 특성상 에너지 안정성 면에서 간헐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동서 방향으로 폭이 좁아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전국에 걸쳐 거의 동일하며, 비슷한 기상조건에 한꺼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간헐성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독자 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자급에너지이자 무탄소에너지로서 우리에게 유용한 가치를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출력조절이 가능한 보완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연한 출력변동을 통해 이런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가장 이상적인 현존하는 에너지원은 수력이다. 수문개방을 조절함으로서 쉽게 출력조절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절벽에서의 수력발전이 서유럽 전력망의 안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 활용이 증대됨에 따라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용한 물자원이 한정적이므로 댐의 역할이 주로 식수와 용수를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양수발전 용량도 제한적이어서, 전력망의 수요 공급 간격을 메워주는 유연 발전 역할은 주로 가스터빈 발전소가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 유연 발전원은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과 기후변화 방지라는 재생에너지 활용의 큰 이점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이상적인 파트너라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병행정책을 표명함에 따라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형 원전들은 상대적으로 기저전력 공급에 주력하였기 때문에 이런 변동성 보완에서는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의 원리상 원자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유연 발전원이다. 전력생산이 더 필요하면 발전기를 더 돌리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에너지를 터빈이 뽑아가게 되어 원자로 내의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 원자로의 출력은 온도 변화에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결국 자동으로 출력이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 출력을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반대의 원리로, 에너지를 덜 뽑으면 자동으로 원자로 출력이 줄어드는 제어가 된다. 그러면 지금 가동 중인 원자로를 왜 출력제어에 적극 활용하지 않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매우 적은 양의 핵연료만을 사용하므로 발전원가 중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대개 20% 이하다. 즉 원자로 출력을 줄여서 발전량을 줄여도 운전에 드는 비용을 별로 줄지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가스터빈 발전소에서는 연료비가 발전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동안은 대형 원전을 설계할 때에 전출력 24시간 발전을 기본으로 하고, 연료비 절감이 큰 가스터빈 발전소를 주로 활용하여 출력조절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원자력을 전력망 제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출력조절 운전이 용이하도록 설계를 한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기존 원전이 전출력 운전위주로 설계되어 있어서, 원자력을 활용한 전력망 조절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와 수소 병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기가 덜 필요할 때는 원자력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시험 적용 중 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혁신형SMR(i-SMR)은 출력조정을 통한 전력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진 현재의 요구조건에 맞추어 출력조절 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는데, 분당 5%의 조절이 가능하여 세계최고 수준의 출력조절 능력을 가질 예정이다. 비단 출력을 직접 줄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의 경우처럼 수소나 다른 유용한 물질 생산에 에너지 활용을 병행하도록 하면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개발 중인 SSNC (카본생산 넷 제로 스마트 시티) 개념은 원자로와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이상적인 조합이 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근간을 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은 경직성 전원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재생에너지의 최적 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하여 어떻게 더 좋은 조합을 만들어낼 지를 연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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