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타트업 고용인원 증가 추이
▲자료=더브이씨
국내 스타트업 성장이 정체되면서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고용도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의 청년층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만,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청년층 일자리인데…스타트업 고용 안 늘어
7일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스타트업의 총 고용인원이 전년동기대비 0.1% 증가한 19만553명으로 집계됐다.
그간 스타트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장률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스타트업의 고용인원 증가세는 날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브이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29.5%에 달했던 스타트업 고용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2023년 상반기 8.1%로 감소했고, 지난해 상반기 1.3%로 곤두박질쳤다. 고용 성장률 0.1%를 기록한 올해 상반기의 경우 고용 규모 축소만 간신히 면한 상황이다. 사실상 스타트업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메가 트렌드로 부상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AI 스타트업 분야 고용인원은 1만6733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6% 늘어났다. 다른 분야보다는 성장률이 월등히 높지만, 고용 증가율은 다른 분야와 비슷한 추이로 감소하고 있다. AI 스타트업의 고용인원 증가율은 지난 2022년 상반기 47.6%에 달했으나 이듬해 상반기 11.4%로 꺾였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8% 성장률에 그쳤다.
스타트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부문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3월 발간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과 고용 패러다임 변화' 보고서에서 “스타트업은 고용 증가 속도가 빠르고 특히 여성 및 청년 고용 창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며 “특히 고성장 스타트업은 특히 청년층과 여성층 고용 창출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과 여성 인재 채용 시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다양한 인턴십 및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청년과 여성이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며 “또 고성장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인력 확보를 돕기 위해 채용 지원금을 제공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직무 교육비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숙련된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스타트업 고용 왜 줄었나 보니…벤처투자 '곤두박질'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고용이 늘지 않은 원인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소를 꼽는다. 투자 시장 혹한기가 본격화된 2022년 하반기부터 고용인원 증가폭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더브이씨 측은 “신규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나 고용 규모가 3인 이상으로 증가한 기업만을 집계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신규 투자 감소로 인해 집계 대상에 새로 추가되는 기업 수 자체가 줄었다"며 “또 기존에 집계 대상이었던 기업들도 많이 폐업해 기업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고용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기존 기업들의 신규 채용 감소와 인원 감축 등의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스타트업 고용을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고용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벤처투자 시장에서 이렇다 할 투자 확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브이씨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455건, 투자금액은 2조24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7.6%와 26.9%씩 감소했다.
더브이씨 측은 “지난해 전반적인 투자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와 금액은 모두 증가했지만, 올해 상반기 AI 스타트업 투자건수와 금액은 각각 36.9%, 44.1% 줄었다"며 “물론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겠지만, AI 스타트업마저도 투자 유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