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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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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제약사, 외형 확장에도 R&D는 ‘축소’…갈길 먼 ‘선순환 생태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25 08:02

‘10대 제약사’ 3Q 누계 살펴보니…매출은 ‘확장’·R&D는 ‘축소’
R&D 투자 ‘매출 15%’ 상향?…10개 기업 평균, 전년比 1%p ‘역행’
정부, ‘선순환’ 외치며 제네릭 약가 인하…“업계 전반 R&D 약화 불가피”

연구실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1~3분기 누적 매출이 지난해보다 9% 증가했지만, R&D 투자 규모는 외려 축소했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누적 매출 총액이 지난해보다 9% 늘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 고지를 넘기며 업계 외형이 확장됐다.


다만 이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외려 축소하면서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R&D 비율)'을 상향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업계·정부 구상은 요원해지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10대 제약사(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한미약품·보령·HK이노엔·동국제약·JW중외제약·동아에스티)의 누적 매출액은 총 10조839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기간 9조2541억원 대비 9.0% 증가하며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다.




혈장분획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호조에 힘입은 GC녹십자가 20.5%로 10대 제약사 가운데 매출증가율 1위에 올랐고,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제제 등 전문의약품(ETC) 성장을 견인한 HK이노엔과 동아에스티가 각각 16.6%, 14.0% 매출성장률로 2, 3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동국제약(13.8%)과 대웅제약(11.3%)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끌며 4, 5위에 이름을 올렸고, △JW중외제약(8.5%) △종근당(8.1%) △유한양행(4.4%) △보령(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미약품은 같은기간 10대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2.6%)했다.


반면 이 같은 전반적 매출증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R&D 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소폭 축소했다.




올 3분기 기준 10대 제약사 R&D 투자 누적 총액은 1조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1조373억원 대비 0.6%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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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위 10대 제약사 1~3분기 누적 매출. 사진=박주성 기자

이 기간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등 6개 기업이 R&D 투자 규모를 총 632억원 늘렸으나, 유한양행(411억원)과 대웅제약(123억원), 동아에스티(149억원) 등 3개 기업에서만 700억원 가까이 투자 규모가 축소했다.


특히 3분기에 R&D 비율이 증가한 기업은 △종근당(9.0%→10.0%) △한미약품(13.4%→15.2%) △보령(5.4%→6.2%) △JW중외제약(11.2%→13.1%) 등 4곳에 불과했고, 전체 매출 중 R&D 비율은 평균 10.2%로 전년동기 11.2% 대비 1%포인트(p) 줄었다.


이처럼 국내 제약업계의 잇따른 외형 확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업계의 'R&D투자→신약 개발→매출 확대→R&D 재투자' 선순환구조 구축 목표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5%를 R&D에 투자하는 신약개발 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 이를 실천한 기업은 대웅제약(15.4%)·한미약품(15.2%)·동아에스티(14.9%) 등 3곳에 불과했다.


정부는 합성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R&D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순환 구조 구축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동시에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를 추진하면서 업계 전반의 R&D 동력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가 현실화하면 제네릭 중심의 중소 제약사는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상위 제약사의 경우 포트폴리오에 따라 개별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제네릭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만큼 전반적인 R&D 동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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