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암사 개산문화제가 3일 4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공=정선군
정선=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2025 정선 정암사 개산문화제'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축제로 4000여 명이 참여하며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3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이번 문화제는 자장율사의 정암사 창건 1380주년을 기념하며 '치유와 명상'을 주제로 다양한 전통 불교의식과 현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행사장에는 불자뿐 아니라 지역주민, 관광객 등 4천여 명이 찾아 정암사의 역사와 정신, 자연의 소중함을 함께 나눴다.
문화제 첫날인 1일에는 세계무형문화유산 영산재 이수자들이 집전한 '개산재'가 정암사 특설무대에서 봉행됐다. 순국선열과 광산노동자의 넋을 기리는 '함백산 위령제'가 전통 범패작법으로 진행돼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 만항재 산상화원에서는 시인 안도현과 음악가들이 함께한 문학 토크콘서트 '함백산 풍류, 말과 멋'이 큰 호응을 얻었다.
2일 차에는 자장율사의 삶을 예술로 재해석한 '정암사 문화유산 발굴 프로젝트'와 클래식 협연이 어우러진 '산사음악회', 현대무용으로 불교의 마음을 표현한 '심우도, 마음을 찾아서' 공연이 이어지며 사찰 공간이 치유와 예술의 무대로 전환됐다.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이주민, 결혼이민자, 장애인 등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한 '함백산 다양성의 날'이 열려, 포용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천웅 정암사 주지 스님은 “자장율사께서 수마노탑을 세운 지 13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개산문화제를 열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며 “수마노탑은 오랜 세월 동안 귀한 가르침과 위안을 전해왔으며, 이번 문화제가 모두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5 정선 정암사 개산문화제가 지난 1일부터 3일가지 4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공=정선군
최승준 정선군수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이번 문화제가 정선의 여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정암사가 지역의 역사·문화·생태를 잇는 중심공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 스님도 “정암사 수마노탑의 진신사리는 1380년 간 꺼지지 않는 법등의 상징"이라며 “자장율사의 가르침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라고 강조했다. 이어 “1380주년 개산대제를 계기로 정암사가 지역 문화·생태·관광의 중심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정암사 개산문화제는 불교문화의 정수를 체험하고,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선 삼탄아트마인, '흑멸백흥, 천년의 사유' 전시 개최

▲자장율사 설화에서 시작된 예술기행이 현대미술의 철학적 울림으로 폐광에서 피어나 오는 31일까지 '흑멸백흥(黑滅白興), 천년의 사유(Black perishes, White prospers – A Thousand Years of Contemplation)' 전시회로 열린다. 제공=삼탄아트마인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정선군 고한읍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열대야 없는 청정 고원의 예술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오는 31일까지 '흑멸백흥(黑滅白興), 천년의 사유(Black perishes, White prospers – A Thousand Years of Contemplation)'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신라시대 자장율사의 정암사 창건과 그가 남긴 설화 '흑멸백흥'(검은 것이 멸하면 평화와 번영이 흥하리라)을 모티브로,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되새기는 현대미술 기획전이다.
지난해 윤후명 문학미술전에 이어 삼탄아트마인이 추진하는 '지역 정체성 찾기' 스토리텔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원도, 강원문화재단, 정선군청, 정암사, 예술법인 가이아(주)가 후원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제호는 한중 예술교류의 상징으로 중국 산시성 허우마시 서예가협회 부회장 장부평(張富平) 서예가가 직접 휘호했다.
전시에는 한국과 중국에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한 중견·청년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권학준, 박봉기, 이재삼, 이지훈, 추니박, 황주리 등 한국작가를 비롯해 중국의 옌빈, 위세복, 장이, 조지안홍, 지오최, 한중협업 프로젝트 '사야(SAYA)' 등 12명의 작가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전시 준비를 위해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한 중국 오대산(五台山), 서안 중난산 운제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윈강석굴, 황룡사 9층 목탑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응현목탑 등지를 직접 문화답사하고, 삼탄아트마인에서 레지던시 창작활동을 진행했다.
전시에는 이 같은 문화기행의 결과물로 탄생한 스케치, 수묵화, 채색화, 유화, 아크릴화, 점토 및 철조각, 돌과 가시나무 픽셀아트, 오브제 설치 등 창의적인 평면 및 입체 작품이 다채롭게 구성됐다.
특히 자장율사의 수행처에서 채집한 흙과 돌 조각으로 제작한 문수보살 픽셀 초상, 스님의 두상 조각을 자연 속에 설치한 풍화영상작품 등은 깊은 사유와 현대미술의 미학을 결합하며 관람객과 교감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형석 예술감독(갤러리 예술섬 대표)은 “이번 전시는 단순한 종교적 순례가 아닌, '강원도다움'을 시각예술로 표현하는 새로운 지역문화 미술기행"이라며 “자장율사의 정신과 정암사 수마노탑의 역사성을 동시대 미학으로 풀어낸 철학적 기획전"이라고 설명했다.
손화순 삼탄아트마인 대표는 “기후위기로 무더운 한반도에서 해발 900미터 고원지대의 청량한 삼탄아트마인은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피서지로 제격"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과 중국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감동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삼탄아트마인은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국내 대표적 문화재생 사례로, '2013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정선의 고한읍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외 10만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한 현대미술관, 역사박물관, 레일바이뮤지엄, 아트호텔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