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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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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이틀째 교전 이어가…전면전 확전 가능성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4 23:57

이란, 네 차례 걸쳐 미사일·드론 보복…이스라엘 43명 사상자 발생
이스라엘도 이란 공격 계속…아파트 붕괴로 민간인 다수 피해
“테헤란 불타오을 것” vs “무사히 못 빠져나가”…갈등 격화 조짐

epaselect ISRAEL IRAN CONFLICT

▲이란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지역에 파손된 주거용 건물(사진=EPA/연합)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폭격한 뒤 양국이 무력 충돌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상대에 대해 보복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충돌이 향후 중동지역 전면전으로 확전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사회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은 이날 밤부터 네 차례에 걸쳐 미사일 200대와 드론 20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타격했다. 미군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미사일은 요격됐지만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 당국 등에 따르면 텔아비브 지역에서 3명이 사망했고 최소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텔아비브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영상이 확산 중이고 예루살렘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새벽 이란 전역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공격한 데 이어 오후에도 계속 전투기를 띄워 이란 공군 기지와 미사일 발사대 등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나아가 13일 밤과 14일 새벽까지도 공습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밤새 이란 수도 테헤란 지역에서 방공망을 포함해 수십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고위 관리들과 과학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들이 폭격을 받으면서 민간 피해도 잇따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민간인 모센 살레히(45)씨는 폭격으로 인해 잠에서 깼다며 “연기와 먼지가 집안 곳곳을 가득 채워 우리는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UN 이란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지금까지 고위 군 관료를 포함해 78명이 순교했고 32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며 “이 중 압도적 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테헤란에 위치한 14층 아파트가 무너져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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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사진=로이터/연합)

테헤란의 국제공항도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메라바드 국제공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한 게시물에는 메라바드 공항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화염과 연기가 솟아오르는 영상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교전을 이어갈 입장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 국내 전선에 미사일을 계속 발사한다면 테헤란은 불타오를 것"이라고 14일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예비군까지 동원해 레바논과 요르단 국경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이스라엘을 향해 “그들이 일을 시작하고 전쟁을 일으켰다"며 “그들이 저지른 이 중대한 범죄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게 두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 반관영 파스통신도 군 관계자를 인용해 교전이 이스라엘을 넘어 중동에 위치한 미군 기지로 확장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이 강력한 보복을 계속 감행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강한 반격을 이어가기엔 이미 군사력이 상당히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란군 지도부를 12명 가까이 살해했고 이번 공습으로 군 수뇌부를 추가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중동 역내 친(親)이란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상당 부분 무력화시켰고, 이란의 또 다른 지지 세력이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도 붕괴해버렸다.


아울러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핵시설을 재건하고 핵무기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여력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잔 멀로니는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이에 따른 핵심 관계자들의 사망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공습 이전 수준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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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이스라엘의 방공체계인 아이언돔(사진=AP/연합)

미군이 개입할 경우 이란의 보복 여력은 더욱 약화할 전망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달리 미국은 이란 근처에 기지를 구축해 핵 관련 시설에 더 파괴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의 방공망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공격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도록 허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란이 농축우라늄의 순도를 더 끌어올리고, 고농축 우라늄을 비밀 장소에 분산시키는 한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완전히 탈퇴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발리 나스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그들은 우라늄 농축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 정상들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잇따라 외교전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등 중동 국가들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3자 전화 통화를 하고 중동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스타머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연속 통화해 외교 해법을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란, 이스라엘 정상과 연달아 통화하며 중재자로 나설 의사를 전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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