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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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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맹 차원서 알래스카 LNG 참여해라” 미국의 노골적 요구에 李정부 부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2 15:41

알래스카주지사 기고 통해 한국 에너지안보에 매우 중요 강조
“가스공사 LNG 역량 풍부, 엔지니어링사 탁월한 역량 발휘”
이 정부 참여 불가피하다면 최대한 국익 이끌어 내는 협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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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의 X 계정.

미국이 한국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요구를 더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제성을 따질 거 없이 양국의 안보 동맹 차원에서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제 출범한지 일주일밖에 안된 이재명 정부로서는 수조원의 투자 규모가 걸린 사업 참여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주지사는 최근 뉴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이 파이프라인에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초석이다. 양국의 에너지 협력은 동맹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주지사는 이어 “양국은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 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가 아닌 지난 4월 8일 이뤄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 이후 자신의 SNS에 “훌륭한 통화를 했다. 대규모 흑자와 관세, 조선,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주 파이프라인 합작 투자,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와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다만 이 때에는 대선 기간이어서 깊게 논의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 떨어지지만, 에너지 안보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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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장관이 알래스카 유가스전 현장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내로라하는 에너지 메이저기업인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BP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의 프루드호 가스전(이미 구축)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1300km의 가스관(구축 예정)을 거쳐 남부 니키스키 지역의 LNG 수출터미널(구축 예정)을 통해 아시아로 판매하는 사업이다.


예상사업비는 440억달러(약 60조원)이며, 빠르면 올해 최종투자결정(FID)을 마무리해 2030년부터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판매물량은 2000만톤이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알래스카 LNG의 판매가격이 건설비 증가로 인해 MMBtu당 10~13달러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국제 거래 가격은 11~12달러이다. 특히 알래스카 LNG가 판매되는 2030년경에는 LNG 수요 감소 및 공급 증가로 수요자 우위시장이 형성돼 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던리비 주지사는 한국에 경제성보다는 에너지 안보성을 더 따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부터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무기화까지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알래스카는 기존의 병목 지점을 우회하는 태평양 직항 노선을 제공해 한국에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공급망을 제공한다. 제조업 중심 경제와 제한된 국내 자원을 가진 한국에게 있어 (LNG 공급선) 다각화는 단순한 경제적 선호가 아닌 국가 안보의 필수 요소"라고 언급했다.


알래스카 LNG의 최대 강점은 짧고 안정적인 운송이다. 미국 본토산 물량은 한국까지 오려면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20일가량이 소요된다. 중동산은 한국까지 오려면 화약고 호르무즈해협과 중국 영향력이 미치는 말라카해협 및 남중국해를 거쳐 한달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알래스카 물량은 아무런 병목구간 없이 한국까지 7~8일이면 운송이 가능하다.


그는 특히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치켜 세우며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기업은 LNG 운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에너지 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양국은 이 프로젝트로 더 깨끗한 LNG 생산, 탄소포집, 메탄 저감 기술에 대해 협력함으로써 전략적 목표와 환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래스카 LNG의 본질은 지역 발전

알래스카 LNG 사업의 본질은 수출이 아닌 지역 발전에 있다.


우드맥킨지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수출 효과보다는 일자리 창출, 지역 에너지 인프라 구축, 현지 가격 완화 등 지역 경제발전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1300km 가스관 건설사업도 프루드호 가스전에서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를 거쳐서 LNG 수출터미널로 가도록 2단계로 나눠 설계됐다.


알래스카주는 전통적인 미국 공화당 텃밭이다. 바이든 전 정부를 비롯한 미국 민주당은 알래스카를 환경보호구역만 강조했지만, 공화당은 알래스카의 에너지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발전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LNG 가스관 구축 및 수출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에서 공화당 인기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의 돈을 끌어가 자기 표밭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을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맹국들과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한국 혼자서 미국을 상대하기는 힘들고 일본, 대만과 협력해서 협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미국 차기 정권에서도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연방정부의 개런티가 필요하고, 엑슨모빌 등 미국 에너지 기업의 참여, 강관 공급 등 참여국의 확실한 몫에 관한 약속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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