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퓨처엠 광양 전구체 공장에서 직원이 제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연간 4만5000톤 규모의 광양 전구체 공장을 준공하며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망의 독립과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준공은 국내 전구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탈중국' 흐름의 상징적 행보다.
10일 포스코퓨처엠은 전남 광양시 율촌산업단지에서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천성래 포스코홀딩스 사업시너지본부장, 정인화 광양시장, 최대원 광양시의회 의장, 구충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참석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포스코그룹 차원의 니켈 공급망 구축에 이어 이번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원료-반제품-양극재에 이르는 자급체제를 완성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정책 변동 속에서 광양 전구체 공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높아지는 中 의존도, 글로벌 '탈중국' 가속화
최근 배터리 업계엔 공급망 '탈중국'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전략산업 공급망 내재화와 첨단기술 유출 제한 등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며, 배터리·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전구체(Precursor) 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고 양극재 소재 제조 능력도 85%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약 9~1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국 의존도도 높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배터리에는 중국 등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적용돼,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공급망의 탈중국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구체 내재화는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첨단 설비와 대규모 생산능력 갖춘 전구체 공장
광양 전구체 공장은 기존 양극재 공장 부지 내 2만2400㎡(약 680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총 10개 라인, 20개 반응기를 갖춰 연간 4만5000톤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약 50만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생산된 전구체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미국)로 공급될 예정이다.
전구체 1공장을 담당하는 노수진 공장장은 “광양공장은 크게 6단계 공정으로 이뤄져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를 생산하며, 원료를 초순수(전기저항이 0에 가까운 물)에 녹여 용액을 만든 뒤, 반응기에 투입해 설탕물처럼 녹인 원료로 전구체를 합성한다"며 “이후 분체·탈찰 공정을 거쳐 파우더 형태로 가공하고, 이물질을 철저히 제거한 뒤 포장해 포스코, GM 얼티엄셀 등으로 출하한다"고 설명했다.
양극재 2공장을 담당하는 고재민 공장장은 “2공장은 연간 6만톤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한 라인당 1만톤을 생산한다. 한 라인은 소성로 3개로 구성돼 1차·2차 소성로를 거쳐 전구체가 양극재로 완성된다"며 “소성 공정은 온도와 산소 관리가 핵심이며, 7층 구조로 원료 투입부터 소성, 분급탈철, 포장까지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 공급망 독립과 지역경제 효과까지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전구체는 원료 비중과 생산 방식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고, 미량의 이물질 혼입만으로도 대량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품질 관리가 핵심이다. 공정 전 과정에서 첨단 품질관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이 공급하는 고순도 황산니켈, 재활용 황산니켈 등 비중국산 원료를 바탕으로 전구체를 내재화하며 공급망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리튬 역시 호주, 아르헨티나, 폐배터리 등 다양한 원료처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어, 원료-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완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광양공장 준공은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양극재·전구체 공장에서 700여명이 근무 중이며, 인근에는 연산 5만2500톤 규모의 하이니켈 NCA 단결정 양극재 전용 공장도 건설 중이다. 향후 추가 채용도 예정돼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추후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탑티어 이차전지 소재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영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기획팀장은 “광양 전구체 공장이 갖는 의미는 완전한 중국 의존 탈피, 즉 공급망의 탈중국화에 있다"며 “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