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창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 아쉬운 지점이 있다. 이번 선거 과정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 논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선거 기간 중 재계는 AI 역량 강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주거권 보장, 연금 개혁, 보건의료 확충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들을 절실히 요구했다. 노동계도 보편적 노동권 보장과 반노동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모든 요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들이었다. 후보자들은 이런 정책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들의 공개적 발언과 토론은 어떠했는가. '커피 원가' 논란, '내란' 의혹, 과거 부패 및 의문사 의혹, '독재자' 수사 등 개인의 도덕성과 과거 행적을 둘러싼 공방이 토론을 지배했다. 최근의 '젓가락' 논란은 차마 글로 옮기기도 조심스러운 지경이다.
이러한 괴리는 단순히 아쉬운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선거 기간 중 상대방 공격과 과거 변명에 치중하여 당선된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 개혁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위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우선순위화하고 이행하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도 우려다. 대립적이고 비방적인 선거 과정을 통해 집권한 행정부가 국가적 통합과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핵심적인 국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합의 형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내일 치러진다. 그리고 6월 4일부터는 새로운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차기 대통령에게는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자세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역할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표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후보자'에서 모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 지도자'로의 완전한 변신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이 제시한 절실한 정책 요구에 진정성 있게 응답해야 한다. AI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주거 안정과 사회 복지 확충을 통한 민생 안정,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정의로운 사회 구현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또한 소통 방식의 혁신이 절실하다. 상대를 공격하고 과거를 변명하는 데 익숙해진 정치적 관성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분열된 선거 과정을 치유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갈등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지혜로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차기 대통령이 진정한 국가 지도자로서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민들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