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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에너지가 미래다] ‘팀코리아’ 심기일전···글로벌 원전 시장 공략 ‘박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5 07:00

한수원 기술·한전기술 설계 역량 강화 초점

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 ‘UAE 경험’ 살리기

한전KPS·한전연료 등 후속 운영 생태계 구축에 중점

블룸버그 “AI 붐에 원전 수출 활발···韓 좋은 기회 잡을 것”

체코 두코바니 원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을 위해 뭉친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 중단 같은 변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사 역할을 재정비하며 실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정부 역시 전방위 지원에 나서며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 탄소중립 달성 등 원전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충분한 만큼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팀코리아가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및 파트너를 물색하는 동시에 기술 측면에서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경기중소벤처기업연합회와 협력해 수도권 소재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캐나다 'ARC 클린 테크놀로지'와 공동 기술개발 및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성공시킨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동시에 체코 사태 관련 심기일전도 하고 있다. 운신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원전 원천기술을 자립화하는 방향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한수원 품질기술본부는 기존과 다른방식으로 원자로를 설계해 대형 원전을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 각 국가별 에너지 정책과 수요에 맞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개발하거나 해외 원전 운영·정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역시 설계 역량 향상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맞춤형 상세 설계 및 규제 대응 전략을 수립하며 수출 대상국의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기존 APR1400 노형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미래 시장을 위한 SMR 개발에도 참여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UAE 성공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대형 원전의 핵심 기자재 설계 및 제작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련 경쟁력 강화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해외 기업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원전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도 팀코리아 수출 경쟁력에 힘을 보태는 요소로 꼽힌다.




시공 분야를 책임지는 대우건설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작년 9월 새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원자력 분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 2팀+2태스크포스(TF) 규모였던 조직을 5팀 1반 체제로 늘렸다. 신설된 국내원자력팀은 기존 대우건설이 강점으로 보유한 원자력 생애주기 전분야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신규원전 영업 뿐만 아니라 원전해체, 방폐장, 연구용원자로, 가속기 등 원자력 이용시설의 수주영업까지 담당하게 된다.


한전KPS와 한전연료 등은 팀코리아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운전, 정비, 핵연료 공급 등 후속 운영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전KPS는 원전의 시운전, 정비, 성능개선 등 운영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각 해외 원전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최적화된 운영 및 정비 솔루션을 개발·제공해 프로젝트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전연료는 원자력연료 설계, 제조, 공급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APR1400 등 한국형 원전에 최적화된 고성능, 고안전성 핵연료를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해 해외 원전 운영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팀코리아가 만든 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이미지.

▲팀코리아가 만든 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이미지.

정부 역시 적극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초기 원전 수주전 단계부터 '경제 외교팀'을 중심으로 외교적 지원과 규제 대응을 병행해왔다. 체코 사태를 반면교사삼아 다른 국가에서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진 상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달 초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안 장관은 “에너지 정책은 몇세대를 보고 가는 것이라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국회가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팀코리아는 체코 프로젝트와 별도로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 후속 원전 시장을 대상으로 유사한 협업 체계를 유지하며 수주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원전은 단일 프로젝트당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고 시공 후에도 장기 운영이 수반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관 공동 전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팀코리아'는 그간 다양한 방면에서 원전 수출 성과를 올려왔다. 한전을 포함한 팀코리아는 지난 2009년 12월 UAE 바카라 원전 4기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약 20조원 규모다. 이 원전은 2020년 8월 1호기 가동 후 첫 송전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2022년 8월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을 만들기로 계약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을 약 2600억원에 수주했다. 작년에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프랑스 등 경쟁당국이 몽니를 부리고 있어 현재 일시 보류된 상태다.


한수원은 당초 올해 3월까지 체코 원전 관련 최종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에다 탈락 경쟁사들이 절차적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계약이 늦어졌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1GW급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새로 짓는 원전은 2036년께부터 차례로 가동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원전 수주가 패키지형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기업 간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수요에 대한 기대는 충분한 만큼 수주 당사국에 팀코리아 경쟁력을 잘 알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원전 수출에선 비교적 신흥국인 한국이 수익성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전세계에서 계획·제안된 원전 사업 400여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이 중 43%를 수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업계를 선도했던 미국과 프랑스는 비용과 건설 기간이 늘어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강자인 중국·러시아의 경우 서방 국가들이 안보 우려 때문에 공사를 맡기기 주저할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다만 한국의 국내 혼란과 정치적 변화는 변수로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는 지난달 원전 정책 관련 “비중을 유지하되 사회적 합의로 조금씩 줄여가는 게 큰 방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AI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수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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