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대(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결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나 졸업을 앞둔 한인 학생들은 충격과 함께 불안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미 국토안보부는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놈 장관은 서한에서 “하버브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이 현 시간부로 즉각 상실됐음을 알린다"며 “외국인 학생을 등록시키는 것은 특권이며, 캠퍼스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 또한 특권"이라고 밝혔다.
그는 SEVP 인증 상실에 따라 하버드대가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다며 기존 외국인 재학생은 다른 학교로 편입해야 법적 지위(체류 자격)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으로, SEVP 인증이 있어야 외국인 학생 등에 유학생 자격증명서(I-20) 등을 발급할 수 있다. I-20는 F·J 등 학생 비자 승인에 필요한 핵심 서류다.
놈 장관은 또 “이번 조치는 간단한 제출 요구를 따르지 않았던 하버드의 안타까운 결과로 하버드에게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가 이번 학년을 앞두고 SEVP 인증을 되찾을 기회를 원한다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모든 답변을 72시간 이내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 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당시 국토안보부는 4월 30일까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SEVP 인증 종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지만, 하버드는 이런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해 갈등을 빚었다. 이번 조치도 이 같은 갈등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하는 3조원대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하버드대에 대한 면세 지위 박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적용한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를 다른 대학에도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놈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에 대한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며 “이는 다른 모든 대학에 행동을 바로잡게 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토안보부의 외국인 학생 차단은 불법"이라며 “대학 측은 140여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 및 학자의 수용 능력 유지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한인 유학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부 한인 학생은 '지금 당장 비행기표를 구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러다가 미국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졸업 예정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는 2024∼2025학년도 학사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다음 주에 졸업식을 앞둔 상황이다.
미국 유학생 가운데 많은 수는 대학 졸업 후 전문직 비자(H-1B)를 취득할 때까지 일정 기간 학생비자 신분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로 학생비자가 취소될 경우 미국 내 구직 및 취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한인 유학생은 학부 한인회 기준으로 약 40명 수준이다. 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한인 학생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난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이다.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