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화(사진=로이터/연합)
미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그동안 저평가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한국 원화의 경우 추가 가치 상승이 가장 유력한 통화로 지목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레이더들이 달러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상황을 이용하려는 와중에 저렴해진 아시아 통화가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 원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인도 루피화는 신흥국 시장에서 역사적 평균 대비 가장 저평가된 통화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주요 신흥국 환율의 10년 이동평균선을 토대로 실질실효환율(REER)에 대한 표준점수(Z-Score)를 매긴 결과 한국 원화가 -2.290점을 받으면서 최하를 기록, 가장 저평가된 통화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원화가치가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표준점수가 -1.391점으로 원화보다 한 단계 위로 나타났고 대만 달러(-0.825점), 인도 루피(-0.441점) 등 기타 아시아 통화들도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온 통화는 폴란드 즐로티(2.642점)로 나타났고, 루마니아 레우(2.141점), 페루 솔(1.654점), 아르헨티나 페소(1.438점) 등 유럽과 중남미 신흥국 중심이었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달러가 뚜렷한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아시아 통화의 저평가 현상이 반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등은 지난달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원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통화로 지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또 저평가된 신흥국 통화 중 말레이시아 링깃, 남아공 랜드도 한국 원화에 이어 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바클레이즈는 싱가포르 달러, 대만 달러의 절상을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만달러/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다른 아시아 통화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해 투자자들은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외환시장에서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지난 2일과 5일 2거래일 동안 8% 넘게 급락해(대만달러 강세) 장중 29.458대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일 하락률인 4.15%는 1980년대 이후 하루 기준 최대다. 환율은 이후 낙폭을 만회해 현재 30대만달러 위로 올라온 상태다.
홍콩달러 가치를 미 달러화에 연동하는 방식의 고정환율제(달러 페그)를 채택 중인 홍콩의 통화당국은 홍콩달러 강세를 막고 달러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주간 기준 202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 중국 경기부양, 미국과 무역협상 등도 통화가치 절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러 대비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의 흐름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의 '아시아 달러 지수'는 지난달 저점 대비 3% 올랐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달들어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도미닉 슈나이더 글로벌 외환 및 원자재 총괄은 “아직 가치가 크게 오르지 못한 통화들이 포커스"라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해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만 봐도 일부 통화는 저렴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전망에 대한 신중론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아시아 통화가치 절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관망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채권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폭이 0.75%포인트 이하가 될 것이란 베팅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