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미중 고위급 통상 회담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번 협상 결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對)중국 관세를 낮출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장관은 오는 10∼11일 스위스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첫 공식 무역·경제 대화를 할 계획이다.
이번 통상 회담은 두 경제대국이 서로의 제품에 각각 145%,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무역이 사실상 단절돤 상태 속 첫 교섭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관세 전쟁의 여파로 미국에선 스태그플레이션(경제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 역시 역대급 돈풀기에 나서는 등 타격이 상당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영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성과를 낼 경우 미국과 교섭 중인 다른 교역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협상 준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미국 측이 1단계 조치로 대중국 관세를 6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는 중국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말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면 관세 인하 조치는 이르면 다음주 이행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중 관세율을 낮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영국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의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우리와) 합의하기를 정말로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가 잘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면서 “145%보다 더 높아질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는 관세가 낮아질 것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난 우리가 (중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알다시피 난 시진핑 국가주석과 늘 매우 잘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 무역 협의 이후에 시진핑 주석과 통화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스콧(재무부 장관)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미국은 대중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중국에 수출 제한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가 미국 희망사항 목록 중 높은 순위에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미국의 광범위한 산업계에서 희토류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또 펜타닐 문제에 대해선 이미 진전이 이뤄졌고, 중국의 펜타닐 성분 수출을 줄이기 위한 별도의 협상이 곧 열릴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다만 이번 첫 만남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양측이 상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탐색전에 가까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관세 수준이 빠른 시일 내 인하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사진=로이터/연합)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중 관세를 인하하면 중국도 미국과 갈등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 최고 학술기관이자 중국공산당·중앙정부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CASS)의 송 홍 책임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관세를 줄이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관세율이 60% 이하로 내려가면 중국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도 “미국과 중국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두 국가는 분리될 것이고 이는 세계 경제와 질서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과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그대로 집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에서 23%로 뛰어오른다. 만약 대중 관세가 지난달 2일 공개된 상호관세율인 34%로 적용되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 증가폭은 12.6%포인트로 낮아지는데 이는 그럼에도 1930년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이다.
또 현재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 성장률은 2.9% 감소하고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1.7% 오를 전망이다. 관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경우 충격은 줄어들겠지만 경제적 타격은 여전히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 책임은 중국에 대한 모든 관세가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은 미국의 대중 정책이 바뀔 것이란 망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이 대중 관세를 절반으로 줄인다 해도 우리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수준을 여전히 뛰어 넘을 것"이라며 “무역이 심각하게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미중 양국이 관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합의하더라도 포괄적 협상이 신속하게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자존심이 무역 협상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앤드류 콜리어 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무역 합의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양국 지도자의 자존심"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결하겟다고 약속했고 시 주석은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에 약한 모습을 안보이고 있다는 점을 정치국 강경파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