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1일 오후 6.3 조기 대선 정국이 요동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재판 상고심 유죄 취지 파기 환송 선고로 사법리스크가 재발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반면 '반이재명' 세력의 '빅텐트'를 구상하던 범보수 진영에서 '대항마'로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날 사퇴하면서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부활한 이재명 '사법리스크'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이 후보의 '골프 발언',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에 대해 “허위 사실이 맞고, 공식 선거에 나선 후보의 발언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선고했다. 인식에 관한 발언이고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었다는 2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이 후보의 대선 출마는 여전히 가능하다.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고, 재상고심도 있다. 6월3일 대선일까지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특히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2심 재판에선 사실 심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법리 심사만 한 대법원 상고심과는 달리 단시간 내에 종결이 불가능하다.
다만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유죄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6.3 조기 대선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후보 자격 논란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선 이 후보의 도덕성 및 후보 자격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결 직후 “법과 상식에 따른 판결"이라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이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각종 사법리스크를 걸머진 채 대선 레이스에 나선 후보에 대한 도덕성, 후보 자격 논란이 심화될 것"이라며 “(대선에서의)혼란을 막기 위한 사법부의 신속한 결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헌법 제84조, 즉 대통령 불소추 특권 적용 여부를 둘러 싼 논란이 불가피한 상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직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형사 소송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이다.
보수 진영에선 소추가 단순히 검사의 기소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행 중인 재판은 받아야 하고, 따라서 이 후보는 6.3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면 민주당은 '형사상 소추'가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재판과 수사는 일시정지되므로 대선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대법원이 이례적인 '초스피드' 재판으로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실제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렸음에도 사건 접수 후 한달이 조금 넘은 짧은 시간에 판결을 내렸다. 지난 3월28일 사건을 접수했는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후 두 차례 심리 기일을 연 후 겨우 9일 만에 선고를 내렸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판결 후 “졸속 재판을 하며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국민주권과 국민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12.3 내란에는 입닫고 있던 대법원이 국민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방해하겠다는 말이냐"라고 반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대항마' 한덕수 등판
한 권한대행도 이날 대선판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사퇴를 선언하면서 “가야할 길이라면 가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보수 진영의 '반 이재명 빅텐트' 구상이 무르익게 됐다. 국민의힘은 3일 오후 김문수·한동훈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최종 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권한대행은 3일 선출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외에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과 '빅텐트'를 구성한 후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은 출마설이 나돈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1~2위권 후보와 비슷한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화 여론조사를 착수하기 위해 휴대전화 가상 번호까지 미리 통신사로부터 받아 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