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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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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열풍 식더니…이젠 ‘화이트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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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저장시설(사진=AP/연합)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목받았던 그린수소에 대한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비용이 과거 예상보다 훨씬 더 비싸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줄줄이 그린수소 프로젝트 개발 중단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대신 수소를 인위적으로 생산하지 않고 자연 상태의 수소를 땅 속에서 캐내는 이른바 '화이트수소'(청정수소)를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30일 미 경제매체 CNBC,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화이트수소 열풍을 타는 기업들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무공해 연료인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 등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른 원소와 결합한 화합물로 존재하고 있어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 별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생산 과정에 따라 수소가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으로 구분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의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그레이수소로, 가장 저렴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의 탄소를 포집장치로 저장해 배출량을 줄인 수소지만 화석연료에 여전히 의존한다.




반면 그린수소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생산 과정에 탄소배출이 없어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지만 생산 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문제는 그린수소의 비용 하락세가 예상보다 훨씬 더딜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작년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그린수소 생산비용이 kg당 1.6~5.09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그러나 2023년 전망치 대비 3배 넘게 상향 조정된 수치라고 BNEF는 설명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인 전해조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대로 그레이수소 생산가격은 2050년까지 kg당 1.11~2.35달러 수준에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린수소가 앞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갖는 건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빅오일(거대 석유기업)을 비롯한 에너지 업체들이 그린수소 사업을 접고 화이트수소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CNBC 등은 전했다. 실제 에퀴노르, 셸, 오리진 에너지 등 글로벌 거대 에너지기업들은 소비자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작년부터 그린수소생산 프로젝트를 줄줄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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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사진=AP/연합)

이런 와중에 글로벌 석유회사 BP의 벤처사업부는 세계 2위 광산업체인 호주 리오틴토 등과 공동으로 화이트수소 탐사업체인 스노우폭스 디스커버리에 시리즈A 투자를 올해 초 진행했고 프랑스 화이트수소 스타트업 맨틀8은 340만유로(약 55억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캐피털(VC) 브레이크스루 에너지가 참여해 주목받는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의 에릭 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맨틀8 등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화이트수소를 통해 청정하고 자체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라고 CNBC에 말했다.


호주 광산업체 하이테라의 경우 그린수소 개발을 선두하는 업체 중 하나인 포테스큐로부터 화이트수소 채굴을 위해 작년 8월 2190만달러(약 250억원)를 지원받기도 했다. 하이테라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캔자스주 두 곳에서 시추가 이달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화이트수소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은 배경엔 수소를 채굴해 얻는 것이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비용의 경우 kg당 3달러를 달성하려면 수년간 보조금에 의존해야 한다"며 “매장지와 최종소비자가 가까울 경우 화이트수소는 kg당 1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대량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매장량 또한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개된 미 지질조사국(USG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땅 속에 5조톤의 화이트수소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화이트수소의 유망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학술자, 과학자,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수소과학연합체'(HSC) 회원인 아르누트 에버츠는 화이트수소 탐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대규모 추출이 가능한 수소 매장지를 발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CNBC에 말했다.


이어 “대규모 발견이 이루어지더라도 산업 생산을 달성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화이트수소는 그린수소에 대한 초점을 오히려 분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현재 기술로 수소가 얼마나 채굴될 수 있을지, 채굴된 수소가 어떻게 저장·운반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화이트수소는 저렴하고 청정한 수소에 대한 즉각적인 해답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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