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소재한 LG화학 석유화학 공장 [사진=LG화학]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올해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 화학업체가 일반 제품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한 탓에 기존의 사업 방식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것과 관계가 깊다. 국내 화학사들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지 못한다면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혹은 이차전지 관련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자금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형 6개 화학사 회사채 1조4200억원 발행
1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화학사의 올해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올해 1~2월 기간 동안 국내 주요 6개 화학사(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4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동안 6500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동안은 SK지오센트릭과 한화솔루션만이 회사채를 발행한 반면 올해는 LG화학과 한화토탈에너지스가 포함돼 6개사 중에 4개사가 발행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이 실적 악화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회사채를 발행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하고 모두 회사채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이들 대형 화학사는 대기업그룹 계열사로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돼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당초 3000억원을 목표했지만 수요예측에서 1조6750억원이 몰리면서 최종적으로 6000억원을 발행했다. SK지오센트릭과 한화토탈에너지스도 각각 3000억원, 3200억원을 조달하는 등 대부분 목표치를 초과하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업황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국내 대형 화학사는 이차전지 및 첨단 산업 소재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업체 대규모 증설에 공급 과잉 국면…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
이는 국내 대형 화학사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업체는 일반 화학 제품 생산을 위해서 대규모로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 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화학사의 생산능력의 2~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증설의 결과로 지난해부터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해 국내 화학사들이 대규모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국내 화학사가 생산원가가 낮은 중국산 일반 화학 제품과의 경쟁을 이겨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롯데케미칼의 해외 자회사 지분 유동화, LG화학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 중단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이차전지·첨단 산업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실패할 경우 재무 리스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2월 국내 기준금리가 3% 수준으로 전년 동월 3.5%보다는 하향조정됐으나 전체적으로는 고금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 업체의 증설로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국내 대형 화학사들이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차전지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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