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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크립토 서밋, 기대와 다른 현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09 09:22
성우창 기자

▲성우창 기자

지난 7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크립토 서밋'은 미 정부가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본격적으로 포섭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바이든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지정하고 매입할 가능성을 재차 확인했다. 주요 가상자산 기업 대표들도 참석해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서밋에서 발표된 내용은 기대만큼 구체적이지 않았다. 정부는 비트코인을 어떤 규모로, 어떤 빈도로 매입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자본이득세 면제 논의도 모든 프로젝트가 아닌 일부 미국 기반 프로젝트로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돼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정부의 발표가 실질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실망감과 함께 시장 불확실성만 확대됐다.


서밋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5%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했다. 최근 벌어졌던 50억달러 규모의 옵션 만기, 11억달러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바이비트(Bybit) 거래소의 대규모 해킹 사건 등 악재들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흐름을 뒤바꿀 호재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렸다.


이번 서밋을 통해 트럼프가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혁신적이고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기를 기대했던 업계의 실망감도 컸다. 정부는 구체적인 규제 완화나 투자자 보호 대책 없이 원론적이고 모호한 메시지만 반복했다. 이는 트럼프가 가상자산 산업의 현실적 필요성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지원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결국 이번 크립토 서밋은 정부의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정부가 시장의 기대와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한 명확한 로드맵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백악관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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