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상법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경제단체가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 신설' 등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상속세 부담 등으로 우호지분이 하락 추세인데 경영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한 만큼 중소기업들에 대한 규제보다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 공시는 지난해 87개사 315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93개사 266건)과 비교하면 18.4%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를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가장 많았다. 중견기업 22개사(25.3%), 대기업 6개사(6.9%) 등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분쟁에 덜 노출됐다.
▲경영권 분쟁 공시건수 및 공시회사 수 및 기업 규모별 경영권 분쟁발생 현황.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35.3%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분쟁 건수에서는 93.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개입이 용이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87개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26.1%에 그쳤다. 2023년 상장사 평균(39.6%)에 못 미쳤다. 전체 상장사 평균 지분율을 상회하는 상장사는 87개사 중 14개사(16.1%)에 불과했다. 반면 하회하는 상장사가 73개사(83.9%)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2.7%로 대기업(29.9%), 중견기업(34.5%) 등보다 더 낮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 상속세 부담(최대 60%)으로 창업 1~2세대에서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향후 해외 행동주의펀드 등 경영권 공격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론적으로 최대 60%의 상속세를 주식을 팔아 납부할 경우 2세대 최대주주 지분율은 1세대 최대주주의 40%가 되고, 3세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6%까지 떨어진다.
경제계에서 작년부터 논의된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2019년 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야당 안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행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상법이 개정되면 경영권 공격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부터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써야 할 재원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창업으로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육성과 경제 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최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기업들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글로벌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을 뜻한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미국(25.0%)에 이어 가장 높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작년 8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수행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인용해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 같은 규정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업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재계는 이럴 경우 고소·고발이 남발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을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등은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상의는 10일 국회에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정식으로 건의했다. 상법상 일반·추상적인 규정을 도입하기보다 합병 등 자본거래에 대해 주가 위주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등 문제사례별로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핀셋규제'를 해달라 요청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경영권을 안정화시키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제도 환경 마련이 중요하며 그 일환으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제 개편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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