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들의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6일 밝혔다.
홍 1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면담에는 조태용 국정원장도 동석했다.
김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홍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
홍 1차장은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라고 홍 1차장은 전했다.
그러나 홍 1차장은 이런 지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곧이어 열린 국정원 주요 간부 회의도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났다고 한다. 이에 전날 오후 4시께 조 원장이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하자 홍 1차장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튿날인 이날 오전 이임식을 마친 직후 조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
한편,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도가 났을 때 홍 1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게 있냐'고 확인했는데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은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에 어떤 행동이나 조치를 한 적이 없다"며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한 게 있으면 국정원장한테 지시하지, 원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 하는 경우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체포에 관여할 인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홍 1차장의 인사 조처 배경에 대해서도 “1차장 교체와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누구로부터 '경질해라, 교체해라' 얘기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오로지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