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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상장 철회 과정에서는 박종철 씨의 투서 한 장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상장사의 회계를 조작한 자로서 수많은 소액주주들에 큰 피해를 끼친 인물이다.
최근 그는 오래간만에 주목을 받았다. 자본시장에서 불법 의혹 전력이 있는 그가 보낸 투서 한 장이 한 회사의 상장 효력을 불인정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달 18일 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이유는 최대주주의 지위 분쟁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누락했다는 것이다.
지위 분쟁 가능성이 있는 상대방은 당시 최대주주였던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이다. 에스앤알코퍼레이션은 박 씨가 대주주였다.
그는 에스엔알코퍼레이션 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였던 에프티이엔이(FTENE, 현 라임)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다.
그가 지배력과 경영권을 쥐었던 2017년 당시, 에프티이엔이는 사정이 좋지 않았다. 적자는 이어지고 있었고 100억원이 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상환 시점이 곧 도래했다.
에프티이엔이의 선택은 허위 공시였다. 2017년 3분기 필리핀 소재 자회사 파인텍스(Ficetex Technology Philippines)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것이다. 필리핀 자회사의 실제 분기 매출은 6억 3000만원이었는데 에프티이앤이는 분기 매출로 76억 4000만원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씨가 불법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CFO였던 김 모씨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박종철과 공모해 에프티이앤이 3분기 사업보고서 중 매출액 및 영업이익 등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허위 공시, 유증 성공 토대… 소액주주 '지옥문' 열려
박 씨는 유상증자의 성공을 위해 허위공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10월 에프티이엔이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375억원을 대규모 자금조달하기로 발표했다. 허위공시 효과인지 유상증자는 실권주 없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는 소액주주에겐 재앙이었다. 회사에 본인들의 자금을 투입한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회사는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거래정지 됐기 때문이다. 6500여명의 소액주주들은 자금까지 넣으며 회사 성장을 기대했다. 유상증자의 핵심 근거 역시 필리핀공장 투자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거짓이었다.
거래 정지된 이후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빠르게 휴지조각으로 변해갔다. 에프티이앤이는 2017년 481억원, 2018년 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소액주주들이 넣어준 자금을 빠르게 썼다. 375억원을 넣어줬는데 2018년 말 회사에는 19억원만 남았다. 이듬해 2019년 회사는 회생에 들어갔고, 에프티이앤이는 상장폐지, 주식가치는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2019년 2월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됐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6000여명의 소액주주들에 큰 피해를 줬지만, 그의 처벌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박 씨가 한 행위는 수천명을 상대로 한 금융 사기"라며 “목적 자체가 상당히 불순했고, 도망가며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2018년에도 역시 회계법인이 주요 자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견거절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프티이앤이가 무리수를 감행하던 당시, 또 하나의 회사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바로 이노그리드다. 이노그리드는 2018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회사의 생존을 걱정할 처지였다. 사업을 위한 무상감자와 회사 생존을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노그리드 임직원들은 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인 박 모씨를 만날 수 없었다. 그는 한국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에 입국한다면 그 즉시 검찰의 조사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그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한 장의 투서를 보냈고, 그 결과 이노그리드의 IPO는 멈췄다.
박씨를 전력을 아는 IB업계 한 관계자는 투서의 내용을 떠나 박씨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신뢰로 돌아가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해친 자가 죄를 받지도 않고 도피한 상황인데 그의 메시지를 어떻게 신뢰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번 한국거래소의 판단은 오랜 기간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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