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윤병효

chyybh@ekn.kr

윤병효기자 기사모음




‘경유 보다 휘발유’ 현상 뚜렷…원유수입 변화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2 13:25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 경유 가격 넘어

탄소배출 많은 경유 연료시장 퇴출 확대

중동산보다 북미산이 휘발유 생산 유리

울산 정유 및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 정유 및 석유화학단지 전경.

국제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이 경유 가격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경유는 산업용 연료로 수요가 많아 가격도 높게 형성됐지만, 탄소배출이 가장 많아 점차 연료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가격 역전 현상이 지속 및 확대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그렇게 된다면 원유 수입선 등 전략 변화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 기준 4월 첫째주 배럴당 휘발유(옥탄가 95RON) 가격은 106.57달러,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104.12달러로 휘발유가 더 비싸다.


휘발유 가격은 올해 1월 첫째주 91.36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오른 반면, 경유 가격은 99.64달러에서 2월 둘째주 109.15달러로 오른 뒤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결국 역전까지 온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비싼 것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경유는 트럭에 사용되는 산업용 연료이기 때문에 휘발유보다 수요가 더 많아 가격이 더 높게 형성돼 왔다.


두 제품의 연평균 가격을 비교해 봐도 △2020년 휘발유 46.71달러, 경유 49.45달러 △2021년 휘발유 80.53달러, 경유 77.81달러 △2022년 휘발유 115.15달러, 경유 135.57달러 △2023년 휘발유 98.77달러, 경유 106.42달러 △올해 4월 첫째주까지 휘발유 99.21달러, 경유 104.35달러이다. 2021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산업위축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면서 수송 연료시장에서 경유의 퇴출은 가속화 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UN IPCC)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의 탄소배출계수는 각각 18.9, 20.2이다. 휘발유는 석유제품 가운데 탄소배출계수가 LPG 17.2 다음으로 가장 낮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경유가 거의 퇴출됐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올해부터 경유 1톤트럭 생산이 중단됐다.


휘발유 선호, 경유 약세 현상은 수출과 소비 패턴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2월 휘발유와 경유 수출량은 각각 250만3185톤, 459만4980톤으로 경유가 훨씬 많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보면 휘발유는 18.3%, 경유는 7.6%로 휘발유 수출증가율이 훨씬 높다.


특히 작년 전체 수출량을 보더라도 휘발유 1241만759톤, 경유 2566만5514톤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휘발유 1.8%, 경유 -4.2%를 보였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1464만8000배럴로 전년 동기의 1293만4000배럴보다 13.3% 증가했다. 반면 올해 1~2월 국내 경유 소비량은 2441만5000배럴로 전년 동기의 2446만7000배럴보다 0.2% 감소했다.


경유보다 휘발유 선호도가 더 커진다면 원유 수입선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는 중(重)질유 성분이 많은데, 경질제품인 휘발유 생산수율을 높이려면 경(輕)질유 성분이 많은 북미산 원유가 유리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연료시장에서 경유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유사들도 휘발유 생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휘발유 생산에 유리한 경질원유 수입을 늘리는 등의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는 드라이빙시즌이 도래하면서 가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며 “다만 일시적 요인과 장기적 요인이 혼재돼 있어 가격역전 트렌드가 강화될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