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니켈광석 채굴 현장.
인도네시아가 니켈 공급량을 계속 늘릴 예정이어서 니켈 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경쟁국들은 버티지 못하고, 인도네시아의 공급비중만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인도네시아의 최종 목표는 니켈이 핵심광물로 들어가는 배터리산업의 강국이 되는 것이다.
26일 한국광해광업공단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올해 1억5262만톤에 달하는 니켈광석 조업권 허가를 발급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품위가 낮게는 0.9%에서 높게는 1.6%까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니켈제련품 생산량은 137만톤에서 244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조업권이 추가 발급되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작년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량이 175만톤으로 추정되며, 올해 공급량은 이보다 5~10%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니켈 공급량은 2020년 77만톤(점유율 30%)에서 2021년 104만톤(38.1%), 2022년 160만톤(44.8%)으로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175만톤(47%)으로 추정된다. 맥쿼리 자산운용그룹은 최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의 행사에서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비중이 현재 55%이며 5년 내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계속되는 니켈 공급 증가로 가격은 폭락했다. 월평균 니켈 가격은 2021년 4월 톤당 1만6000달러대에서 2022년 4월 3만30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가 현재는 1만7000달러대로 내려왔다.
니켈 가격의 폭락으로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니켈 경쟁국들은 경제성 부족으로 광산 가동이 거의 멈춘 상태다. 니켈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이며, 이는 인도네시아의 전략이기도 하다.
니켈은 배터리 핵심광물이다. 우리나라 배터리셀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에는 니켈(N), 코발트(C), 망간(M) 또는 알루미늄(A)이 들어 가는데 니켈함량이 많을 수록 배터리 용량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삼원계 배터리의 니켈함량은 초기 40%에서 현재는 95%까지 높아진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이 배터리 핵심광물이라는 점을 이용해 대규모의 배터리 관련 투자를 유치해 배터리 강국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은 값싸고 안정적인 니켈 수급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을 지었으며, 포스코퓨처엠도 양극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와 연계해 포스코홀딩스는 4억4100만달러를 투자해 니켈제련소 건설할 예정이며, LX인터내셔널은 1330억원에 현지 니켈광산 경영권을 인수했다.
세계 1위 배터리셀 기업인 CATL을 비롯한 중국 자본은 인도네시아에 우리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 일본 기업도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022년 456억달러, 2023년 473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니켈 광산과 제련, 배터리, 전기차 분야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기 때문에 니켈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의 니켈 상류부문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LX인터내셔널 외에는 추가 진출이 없는 상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강희 한국광물산업협회 회장은 “앞으로 니켈 가격은 틀림없이 오를 것이고, 인도네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조차 인도네시아 상류부문 진출에 관심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특성상 공공기관이 직접 진출해야 기업들이 따라 온다. 광해광업공단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