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합의 서명식에서 박홍근 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진보당 등 야권 군소정당에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 몫을 배분하고 군소정당 후보 출마 일부 지역구에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지 않기로 했다.
이는 민주당이 군소정당과 연대를 통해 총선 때 지지층 확대 또는 총선 후 정책 공조 등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비례대표 연합 공천 및 지역구 후보 단일화 단일화 방식으로 이같이 선거연대를 하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선 결국 '의석 나눠먹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도 개혁'을 표방해온 민주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았던 통합진보당 후신 진보당과 연대, 이념노선을 '극좌'로까지 넓히면서 당 안팎의 문제 제기 가능성도 제기됐다.
21일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을 창당해 비례대표 선거에 임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과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서명했다.
합의문에 따라서 이들은 내달 3일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비례 후보자 3인을 추천해 비례 명부에 배치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를 유지하는 대신 만들겠다고 한 야권 위성정당이 출범하는 것이다.
연합정치시민회의에는 과거 '한·미 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사드 배치 저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 굵직한 좌파 시위를 주도한 박석운씨, 이적 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실무회담 대표를 지낸 조성우씨,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벌였던 진영종씨 등이 속해있다.
진보당은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선고를 받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라는 이유로 해산됐다.
민주당은 이날 비례 순번 배치는 “상호 호혜 원칙 하에 번갈아가면서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사회단체에 30개의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10개를 할애하는 셈이다.
4개 그룹이 추천하는 후보들이 번갈아 배치되면, 당선권인 20번 안에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추천한 인사들은 모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위성정당으로 인해 '극좌' 인사들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민주당은 또 울산 북구 지역구를 진보당 후보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야권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히는 울산 북구 현역 의원은 민주당의 재선 이상헌 의원이다. 민주당이 진보당의 '야권 비례 위성정당' 참여를 대가로 사실상 지역구 한 석을 내주면서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전북 전주을 4.5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에 해당 지역구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당선, 원내에 진입했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 정당인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에 불참하는 대신, 접전 지역구에서의 연대는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현재 원내 국회의원 6석으로 제3당이지만 당 지지율 하락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비례 정당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지역구 나눠 먹기'를 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 때 민주당과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 등에 연대했으나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기대 만큼 확보하지 못하자 “민주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에 정의당 유력 인사들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대한 연대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배진교(인천 남동을), 강은미(광주 서구을), 이정미(인천 연수을), 여영국(경남 창원성산) 등 전현직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녹색정의당 원내 대표를 맡은 심상정 의원은 지역구 후보 연대 협상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갑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며 야권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