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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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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5조 적자’의 삼성전자, 임금 2.5% 인상안 제시…노조, 격한 반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15 17:10

성과 인상률 포함 시 4.6% 수준…반도체 임원 임금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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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부문 평택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용자-근로자 위원 모두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와 대표 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올해 임금 인상률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임금 기본 인상률을 예상 물가 인상률 수준인 2.5%로 제시했다. 이에 노사협의회는 5.74%, 노조는 8.1%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의 제안에 노사협의회는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다. 노조는 회사가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지 않는다며 단체 행동을 위한 쟁의대책위원회도 가동한 상태다.


삼성전자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연봉 재원의 증가율이다. 이는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지난해에는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 등 평균 임금 인상률이 4.1%였고, 이에 노조 공동 교섭단이 반발해 쟁의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이번 임금 교섭에선 작년과 올해 교섭이 병합 진행된다.


삼성전자 사측은 기본 인상률이 2.5%이고, 개인별 적용 성과 인상률 평균 2.1%를 감안하면 평균 인상률은 4.6%로 낮지 않다며 사원급 중 상위 평가를 받으면 10% 가량 연봉이 인상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 탓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담당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5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적자가 이어져 반도체 사업 흑자 전환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긴급 임원 회의를 주재해 올해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2022년 기준 삼성전자 1인당 평균 임금 1억3500만원에 반도체 임직원 수 7만3000명을 계산하면 DS부문의 인건비는 10조원에 육박한다.


적자인 반도체와 흑자인 모바일 부문(MX)은 같은 삼성전자에 속해있지만 실적 격차가 명징해 임직원들 간 분위기도 딴판이다.


DS 부문 사내 게시판에는 주제 무관 '노조 가입 완료'를 의미하는 '노가완'을 제목 말머리로 붙이는 등 초과 이익 성과급(OPI) 예상 지급률 공지 이후 성과급이 한 푼도 없는 반도체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적자를 보지 않았음에도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라며 “아직 사측과의 임금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집중 교섭에 들어갈 것이고, 오는 28일 전까지 끝낸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 정도는 제시해야 쟁의 개시까지 가는 국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다른 사업부에서는 “반도체가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OPI 미지급에 대해 격려금을 요구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8% 임금 인상 요구는 지나치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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