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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자녀들인 임주현·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
18일 한미약품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2세의 맏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개인회사 코리그룹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사이언스(그룹 지주사)의 임종윤 및 임종훈은 공동으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금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공개했다. OCI와 통합 계약 과정에서 두 형제를 배제시킨 어머니(송영숙 회장)과 여자형제(임주현 한미약품 사장)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임종윤 사장은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지평을 선임했으며, 이번 가처분 신청은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발표 이후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낸 임종윤 사장의 첫 법적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임 사장은 한미·OCI 통합 지주사에서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각자대표를 맡기로 한 합의내용은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OCI그룹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하다’는 점을 가처분신청의 근거로 제시했다.
현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회장이 유일한 사내이사이자 최대주주(지분 11.66%)로 올라 있다. 송 회장과 함께 OCI그룹과 통합을 주도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도 지분 10.20%를 보유하고 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미래전략 사장도 겸직하면서 지분 9.91%를 갖고 있지만, 미등기 사장으로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돼 있지 않다. 임종윤 사장과 가처분 신청에 합류한 막내(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도 10.56%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역시 한미사이언스 임원진이 아니다.
결국 송 회장과 세 자녀의 지분 합계가 엇비슷한 상황에서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은 이번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와 추후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지분확보 경쟁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 와중에 지난해 한미약품그룹 지분 인수를 추진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17일 입장자료를 통해 OCI그룹과 통합을 자신이 막후에서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동시에, 한미·OCI그룹 통합은 선진 지배구조 완성을 위한 취지였다고 강조해 향후 송영숙·임주현 모녀 쪽에 힘을 실어줄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라데팡스에 32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라데팡스 핵심 출자자 새마을금고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무산돼 이 계약은 최근 해지됐다.
이밖에 고 임성기 회장의 고교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11.52%를 보유하고 있어 신 회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측은 임종윤 사장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통합을 결정했고, 임종윤 사장은 미등기 사장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OCI그룹과 통합 계약 체결 당시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하다는 임종윤 사장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다른 일부는 본안소송과 관계없이 가처분 신청은 신청인의 회복불가능한 권리침해의 소지가 있으면 폭넓게 인용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법원이 인용을 결정할 경우 통합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