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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배출시킨 기업은 아직 탄생하지 않아 격상되고 있는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매출 실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표한 이슈 브리핑 ‘2024년 글로벌 상위 의약품 및 기업 미리보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매출 1위 제약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빅파마(거대제약사) 로슈는 황반변성 신약 ‘바비스모’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17개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빅파마 애브비도 역대 최대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자가면역질환 신약 ‘휴미라’(약 27조원)로, 머크(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약 35조원)로 한 개의 의약품 판매로 우리나라 전체 의약품 연간 매출액(약 25조원)보다 많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나 세계 50대 제약사 반열에 든 기업이 없다.
따라서, 업계는 우리 기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는 만큼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과 매출 상위 50대 제약사 탄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국내 현실을 꿰뚫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글로벌 실적과 순위 진입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개막 이튿날인 9일 아시아태평양 트랙 행사에서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블록버스터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신규 환자 처방 수(NBRx) 1위로 등극했다"며 "2029년 세노바메이트 글로벌 매출 1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이 대표는 SK그룹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3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장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참석했으며, 지난해 같은 행사 발표에 비해 외국 제약사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SK바이오팜에 이어 같은 날 김열홍 유한양행 R&D부문 사장도 같은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과 면역항암제·알레르기치료제 등 신규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다.
유한양행은 미국 파트너사 얀센과 함께 올해 중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 렉라자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등극과 유한양행의 세계 50대 제약사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10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메인트랙에서 셀트리온 사업계획과 파이프라인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한국제품명 램시마SC)를 오는 2월 미국에 출시해 오는 2025년 연매출 10억달러의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린다는 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민간기업의 노력 못지 않게 우리 정부도 기업들 선전을 기반으로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2개, 세계 50대 제약사 3곳을 배출한다는 비전을 세워놓은 상태다.
다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배출을 위해서는 경제·산업적 관점에서의 정부 약가정책 수립 등 후속 지원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제약바이오업계의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동일계열 대체재가 없는 새로운 혁신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 단계로 동일계열 신약 또는 개량신약을 개발할 역량을 축적하는 시기가 필요한데, 국산 신약은 (약가인하 정책기조로) 외국산 동일계열 최초 등재 신약의 60~80% 선에서 약가가 책정돼 신약개발 투자의지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비 자체부담률이 96%에 이르는 만큼, 제약사별 R&D 투자 기여도에 따른 약가 우대 등 국산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며 "오리지널 의약품 대체 비율이 높아 환자 접근성 및 국내 산업 육성에 기여하는 제네릭에 대해서도 인하율 감면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