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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분쟁 '쉬쉬'하다 패소 뒤 '불성실공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2 15:27

영국 중재법원 "SK해운에 3700억원 물어줘라"



관련 중재 당시는 안알리고 판결 뒤에 늦장 공시



거래소, 공시불이행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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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삼성중공업이 수천억원이 오가는 규모의 분쟁에 휘말린 사실을 뒤늦게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관련 분쟁이 제기되고 4000억원이 넘는 손배해상 결정이 나온 뒤에야 이 내용을 공시했다. 첫 분쟁 제기 이후 1년이 지난 후였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삼성중공업은 소송 등의 제기·신청의 지연공시(공시불이행)를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됐다. 삼성중공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된 것은 두번째다. 지난 2013년 약 8255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시추선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2017년에야 알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공시는 삼성중공업과 SK해운, 한국가스공사가 엮여 있는 소송전의 일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 SK해운과 LNG선박 2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KC-1(한국형 LNG 화물창)을 적용한 174K LNG선으로 계약금액은 1척당 2억800만달러(약 2705억원)였다.

해당 계약의 용선주(선박을 빌려서 자신의 화물을 용선하는 자)는 한국가스공사로 해당 선박의 KC-1 기술이 한국가스공사의 것이었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2018년 선박 건조를 끝내고 SK해운에 선박을 인도했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선박 인도 1개월만에 SK해운이 미국과 한국 사이 LNG를 운송을 하던 중, 화물창의 냉기가 선체내판으로 전해져, 강재의 온도가 허용온도 이하로 저하되는 콜드스폿(Cold Spot)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해당 서박은 운항을 중단하고 각 3사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분쟁이 시작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 총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해외에서는 1건의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시는 해외에서 진행 중인 분쟁과 관련된 이슈다. 영국해사중재인협회 중재재판소에 SK해운이 삼성중공업을 피고로 선박의 미운항에 따른 손실과 선박의 가치하락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사안이다.

지난 2022년 10월 31일 제기된 분쟁으로 최근 영국 중재재판소는 선박의 미운항 손실과 관련해서는 삼성중공업이 책임이 없지만, 선박의 가치하락과 관련해서는 삼성중공업이 SK해운에 2억918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22년에는 해당 이슈를 공시하지 않다가 최근 판결에 나온 뒤에야 뒤늦게 이를 알렸다는 점이다.

뒤늦은 공시면서 그 형식도 문제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8일 관련 공시를 하면서 해당 화물창이 한국가스공사 주도로 개발된 것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어 관련 분쟁에서 한국가스공사의 책임이 인정된 국내 판례를 주요 사항으로 기술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공시 내용을 정정하라는 요구를 해 결국 최종 공시에서는 한국가스공사의 책임론 부분이 빠졌다.

한편 관련 공시가 있던 지난달 18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이슈는 3개사가 재판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라며 "사안이 복잡한 만큼 관련 소식을 꼼꼼하게 주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소홀한 점은 삼성중공업이 코스피 대형주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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