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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
결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배터리 광물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이들 국가에 손을 내미는 형국이 됐다.자원부국들이 반도체의 핵심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에 쓰이는 흑연까지 통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희토류의 생산과 수출을 규제하려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서방의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자원부국의 입지를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
전 세계의 친환경 전환 흐름에는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구리와 같은 핵심광물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핵심광물들은 특정국가 혹은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으니 이들 핵심광물 보유국들의 입지와 위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의 니켈 생산국으로 매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가량이 인도네시아에서 나온다. 코발트는 콩고가 전 세계 채굴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이 한 나라에 편중돼 있다.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는 세계 탄산리튬 매장량 상위권 국가들이다. 특히 남미의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국은 세계 탄산리튬 65~70%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자원부국이 수출 통제를 비롯해 자원의 국유화 등 카르텔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나미비아와 짐바브웨는 리튬 원석 수출을 금지시켰고, 칠레는 리튬 광산의 국영화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는 자원 통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9년부터 단행한 니켈 원광석 수출 금지 조치에 더 해 최근에는 알루미늄의 원광인 보크사이트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유수출기국(OPEC)의 사례를 따라 배터리 핵심광물 카르텔을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칠레, 콩고 등의 주요 ‘광물자원 활용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풍부한 매장량을 기반으로 자국 우선 가공, 제련 등의 조건을 내걸어 밸류체인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칠레는 고부가가치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해외 기업에게 탄산리튬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들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을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도 있다. 만약 자원부국 중 어느 국가라도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유화책을 펼치게 되면 다른 국가가 아무리 광산 국유화 등 엄격한 통제 정책을 내놓아도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석유는 확고한 대체 불가능성을 가진 자원이지만 배터리 원재료는 비교적 쉽게 대체되고 있다.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 제조 기술이 등장한 뒤 중국내 코발트 사용 비율이 2020년 18%에서 올 9월 현재 60%로 급증했다. 또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저렴하고 안전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차세대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트륨 매장량은 리튬의 440배지만 가격은 80분의 1수준으로, 리튬보다 채굴과 정제가 쉽고 저렴하다. 더불어 화재 위험성도 낮다.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활용하지 못 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은 에너지 밀도를 kg당 160Wh까지 끌어 올리며 약점이 크게 개선되는 추세다.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 기업이 배터리 제조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고려아연이 최근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에 고순도 니켈을 생산하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사업 기공식 가졌다. 고려아연의 올 인원 니켈 제련소는 연간 4만26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TX는 지난달 리튬 광산개발 및 정광 트레이딩을 위해 페루, 브라질과 3자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을 기반으로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늘 수 있는 만큼 중국과의 경제 연관성을 이어 가야 한다. 중국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공동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통관 애로를 해소하고, 핵심광물 수급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공급망 확보 노력도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