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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한국앤컴퍼니를 두고 불붙은 경영권 분쟁이 초기에 진화되는 분위기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이 MBK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의 공개매수를 선언했지만, 곧바로 주가가 급등하며 공개매수 가격을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이후 주가는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공개매수 가격보다는 높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대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2만1850원에 장을 마쳤다. 이튿날 주가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2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날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오는 24일까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최대 27.32%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인수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 주가 급등의 이유다. 경영권 분쟁은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이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확보 계획은 곧바로 차질이 생긴 분위기다. 공개매수 가격이 2만원인데 이미 주가가 이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조 고문 입장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2만원으로 정한 것은 합리적인 수준이긴 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지난 2021년 7월 이후 2만원을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만원 초반대에서 움직였다.
◇ 공개매수 이미 넘어서며 김 빠져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이번 공개매수 발표 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1만2000원대던 주가는 이후 10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지난 4일에는 1만6820원을 기록했다. 이후 공개매수가 시작되자 곧바로 상한가를 기록해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섰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가보다 낮다면 주주 입장에서 주식을 팔면 손해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이 심화할수록 주가는 실제 기업 가치 이상으로 오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조 고문이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공개매수로 모아야 할 지분의 양도 상당하다. 동생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지분이 42.03%나 되기 때문이다. 조 고문의 지분율은 18.93%에 불과하다.
여동생 조희원 씨의 지분 10.61%를 백기사로 확보했다지만, 여전히 막내 조 회장의 지분율과는 차이가 11%가 넘는다. 그동안 회사 경영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남매들이 상황에 따라 조 회장과 손을 잡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른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조 고문을 지지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조 고문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 파트너로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주주 간 계약서에 공개매수 성공 후 경영 주도권을 MBK파트너스에 넘기는 조항이 있다.
계약에 따라 공개매수 성공 뒤 향후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를 구성할 때 MBK파트너스 측은 조 고문 측보다 한 명 더 많은 이사를 지명할 수 있다. 대표이사 지명권도 조 고문이 아니라 MBK파트너스가 가진다.
◇ MBK의 적대적 M&A로 보여지는게 문제
결국 이번 공개매수는 조 고문의 회사 경영 복귀 시도가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로 보이는 게 문제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경영권 분쟁 이유에 대해 조 회장이 만기 출소가 아니라 보석으로 풀려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조 사장은 여전히 횡령과 배임 혐의 대한 재판을 받는 몸이다. 형 집행이 이뤄진 게 아니라서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의 빈틈을 조 고문이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경영권 공백은 맞지만 지배력 공백은 아니라는 점에서 분쟁의 승패가 초기부터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