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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뮤이앤씨, 자금 빌려주면서까지 황금알 낳을 거위 팔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30 15:01

최대주주 측 페이퍼컴퍼니에 SK에코플랜트 지분 처분…양도금 일부 빌려줘
IPO땐 최대 2000억원 넘는 가치도 기대… 이제는 '남의 떡' 주주들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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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뮤이앤씨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코스피 상장 건설업체 까뮤이앤씨가 보유 중이던 SK에코플랜트 주식 전량을 계열회사에 양도한다. 투자수익 회수를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정작 해당 계열사는 SK에코플랜트 주식 양수를 위한 자금을 까뮤이앤씨에서 대출받는 구조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SK에코플랜트가 양호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하더라도 까뮤이앤씨는 수혜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까뮤이앤씨는 30일 보유 중이던 SK에코플랜트 주식 전량인 74만6500주를 계열사인 더블유에이치홀딩스에 양도한다. 양도금액은 559억8750만원으로 전액 현금으로 거래한다.

까뮤이앤씨는 지난 2020년 태흥이앤씨로부터 SK에코플랜트 지분을 양수받았다. 당시 양수에 쓴 금액은 299억9720만원이다. 이후 일부 매각하고 남은 적이 이번에 거래되는 지분이다.

까뮤이앤씨는 이번 양도로 투자수익을 회수하고 차입상환과 유동성 등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초 투자금을 고려하면 이번 주식 양도는 수익률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주주들은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조만간 주식시장 상장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아버리면 해당 수혜를 기대하지 못한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8조∼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도 기대되는 대어급 IPO 후보다. 이르면 연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 입성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까뮤이앤씨가 보유 중인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약 2.11%다. 단순 계산해 만약 SK에코플랜트가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을 경우 까뮤이앤씨 보유 지분의 가치는 2110억원에 달한다.

상장에 따른 신주 발행분이 많을 경우 이보다는 줄어들지만, 이번 주식 양도 금액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향후 SK에코플랜트의 상장으로 수혜를 받게 될 더블유에이치홀딩스는 까뮤이앤씨의 최대주주(37.70%)인 베이스에이치디의 김영애 대표가 지난 9월 설립한 신설법인이다.

자본금 11억원의 페이퍼컴퍼니로 SK에코플랜트 주식 양수를 위한 자금은 대부분 대여와 외부투자로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까뮤이앤씨의 계열회사로 분류되지만 자회사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더블유에이치홀딩스가 SK에코플랜트 주식을 양수받는 자금의 상당 부분은 까뮤이앤씨가 대여해 준 자금이다. 주식 양도 결정 공시가 있던 날 까뮤이앤씨는 더블류에이치홀딩스에 215억원을 대여한다고 함께 공시했다.

사실상 이번 거래로 까뮤이앤씨에 유입되는 현금은 345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나머지 자금은 1년 안에 회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을지도 모르는 거위를 대주주에게 넘겨줘 버렸다"며 "까뮤이앤씨 주주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수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까뮤이앤씨 측은 "회사의 유동성 문제로 어쩔수없이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K-OTC 등록사지만 시장에서 팔기에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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