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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반쪽' 시정연설…與 32차례 박수 野 '피켓시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31 15:33

여야 호명순서 관례 깨고 이재명 대표 먼저 호명 '예우'…野 의원부터 악수 청해



국민의힘 "친서민·건전예산 잘 설명"…민주당 "경제 위기의식 없는 '맹탕 연설'"

국민의힘민주당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 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은 사실상 ‘반쪽짜리’ 연설로 진행됐다.

집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연설 중 32차례 박수를 보내며 호응한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설 내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국회 입장 시간에 맞춰 로텐더홀에서 ‘민생이 우선이다’, ‘국정기조 전환하라’, ‘국민을 두려워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했다.

윤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진표 국회의장과만 인사를 나누고 피켓을 들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자, 일부 민주당 의원은 "여기 한 번 보고 가세요", "여기 좀 보고 가" 등 말을 외치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체결했지만, 민주당은 회의장 내로 한정된 만큼 로텐더홀에서의 피켓 시위가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여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 속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으로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정당 대표 중 야당 이재명 대표를 먼저 호명했다.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깬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순으로 원내대표를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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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지만, 윤 대통령을 외면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약 27분 20초간 연설 동안 박수는 총 32차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야당 의원들 없는 시정연설의 19차례보다 더 많은 박수 세례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주요 발언마다 적극적으로 박수치며 호응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한차례도 치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킬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몇몇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시정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친서민·건전예산을 잘 설명했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맹탕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그 재원을 잘 활용해서 약자 복지를 더 촘촘하고 더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아주 분야별로 잘 드러난 것으로 본다"며 "예산안에 대해서 꼼꼼하게 잘 챙겼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설명이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맹탕 연설’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연설은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시장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 환담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처음 환담장에서 대면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에게 "오랜만입니다"라고 짧은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옅은 미소를 띤 이 대표는 별도 답변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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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환담에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자리했다. 5부 요인 중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외 순방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이후 진행된 상임위원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는 오늘로 3번째 왔지만, 우리 상임위원장들과 다 같이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부의 국정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 이런 것에 대해서 좀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만남을 계기로 여야 사이 정치가 복원되고 협치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지금 국민은 여야가 분열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우리 야당에 섭섭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 야당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는 문제, 그 다음에 야당과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도 큰 부분도 있다"며 윤 대통령의 연이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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