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전채 금리 상승에 연말 카드론 이자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쇄적인 작용에 따라 이르면 오는 연말 카드론 이자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카드·캐피탈사가 발행하는 신용등급 AA+ 3년만기 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4.806%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12일(4.681%) 대비 0.2%p나 오른 수치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초 2%대 중반대까지 내렸지만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6%를 돌파했다가 4월 3%까지 내렸고, 이후 지난 5월부터 시장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4%대로 올라섰다.
신용카드사와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은행과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과는 달리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여전채로 조달한다. 즉, 시장성 자금조달에 의존하는 구조로써 여전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며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여전채 금리 인상 영향에 카드채 발행 규모가 크게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가 이달(4~18일) 발행한 회사채 금액은 총 9700억원으로 지난 8월 한 달 발행액(3조2000억원)의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달에도 카드사는 2조900억원 규모를 발행해 직전달 대비 규모가 35% 가량 감소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최근 신종자본증권과 단기채를 발행하며 돌파구로 삼는 모양새다. 장기채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단기채가 카드사의 이자 부담이 적어서다. 지난달 8개 카드사의 1년 미만 단기채 발행액은 7500억원으로 전달보다 53%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가 폐지되면서 카드사들의 여전채 조달 환경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은행채로 자금이 쏠릴 것을 우려해 은행채 발행을 제한한 바 있다. 은행채 한도가 해제될 시 여전채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에 수요가 몰리며 카드사들은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울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 이어짐에 따라 여전채 금리가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은 결국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카드사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 회사채 발행을 축소하고, 영업도 축소하게 된다. 이에 카드사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장·단기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부터 올리거나 카드 혜택 축소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을 나타내게 된다. 국내 전업카드사들의 지난 8월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49%~15.06%대였다.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연 17.46%를 나타냈다.
지난달 카드론 금리를 업체별로 살펴보면 비씨카드가 15.3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가리켰다. 이어 삼성카드(14.98%), KB국민카드(14.26%), 하나카드(14.14%), 신한카드(14.12%), 롯데카드, (13.96%), 현대카드(13.25%) 순이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두어달 전부터 조달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대출금리 반영은 3개월쯤 뒤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오른 금리에 따라 차차 (대출금리 인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카드사 금리가 타사보다 높은 이유는 조달 구조에 따른 차이"라고 설명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