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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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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석유라더니" 리튬 가격 70% 폭락…고개드는 비관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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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광산(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 가격이 올 들어 70% 가까이 폭락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동시에 리튬 공급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맞물리면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대중화 등의 이유로 리튬 가격 반등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되는 의견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163.5위안을 기록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10월 둘째 주엔 153.5위안까지 떨어졌는데 올 초 가격이 474위안대를 보였던 고려하면 68% 가량 폭락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중순에 기록된 사상 최고가인 581.5위안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70%를 넘는다.

리튬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쟁탈전으로 가격이 지난 몇 년 동안 급등세를 보여왔던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처럼 리튬 가격이 올 들어 급락한 이유는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21년 동기대비 2배 뛰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9월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FT는 또 배터리 업계에서 그동안 축적해온 재고를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리튬 가격 하락세가 더 극심했다고 전했다. 고금리 여파로 리튬을 보관하는 비용이 늘어나자 업체들이 물량을 새로 사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수잔 주 애널리스트는 통상 중국 리튬 수요는 재고보충을 위해 4분기에 증가하지만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활용할 재고물량은 아직도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인기를 끌자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만들 때 활용되는 수산화리튬 시장은 더욱 암울하다. 중국 리튬 생산업체는 "NCM 배터리 시장은 활기가 없고 수산화리튬에 대한 수요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아무리 낮더라도 이를 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수산화리튬 가격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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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리튬 가격 추이(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이와 동시에 리튬 공급이 중국, 호주, 칠레 등에서 대폭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이 밝혔다. 호주 증권사 오드 미네트의 딜런 켈리 애널리스트는 "리튬 공급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공급사인 라이온타운 리소시스 인수를 최근 철회한 것도 리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켄트 마스터스 앨버말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현재로서는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앨버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리튬 가격이 회복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피치솔루션 연구기관인 BM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까지 중국에서 전기차용 리튬 수요가 연평균 20.4% 증가하는 데 비해 중국 리튬 공급량은 6% 느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면서 이르면 2025년부터 리튬시장이 공급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CNBC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코린 블랜차드 리튬 및 청정 기술 리서치 이사는 리튬 부족량이 2025년말엔 4만∼6만 톤에 이르지만 2030년말엔 76만 8000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스티브 번 애널리스트는 리튬 시장의 과잉공급이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가치사슬 전체에 매출과 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다고 지난 18일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앨버말 목표주가를 212달러에서 161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 영향으로 앨버말 주가는 지난 18일 하루에만 10% 넘게 폭락했다.

골드만삭스도 리튬 가격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핵심 관심사"라며 "과거 대비 실망스러운 판매량이 기록될 경우 리튬 가격이 하방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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