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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회사의 아파트 분양계약서 절반 이상이 내부 구조 위치와 같이 경미한 사항을 변경할 때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거나 계약 해지를 어렵게 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여의도와 목동 등 중심으로 신탁방식 재건축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우려 등으로 인한 자금줄이 압박받는 현 상황에서 융통이 수월한 신탁사를 통하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신탁사의 정비구역 지정 제안 및 정비계획·사업계획 동시 수립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기존 조합방식 대비 2~3년 정도 단축할 수 있도록 특례가 도입돼 신탁사 역할이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그런 만큼 신탁사의 계약 우위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부동산신탁사 아파트 분양계약서 136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설계 변경 통지 의무 누락 및 환급 거부 관련 등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계약이 다수 포함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요구됐기 때문이다.
A씨 사례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중도금을 1회 납부하기 전까지는 소비자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신탁사가 표준계약서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계약 우위에 섰기에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외 소비자원이 조사한 136개 계약서를 살펴보면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표준계약서)’ 대비 97개(71.3%)는 세대 내부 구조·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의 설계·시공 관련 변경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이 중 48개는 소비자의 이의제기조차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 B씨는 아파트 카달로그를 통해 지하공간에 2개의 창호가 설치될 예정임을 알고 계약했으나 입주점검 시 창호가 1개밖에 없는 것을 확인해 사업자에게 이의제기하니, 사업자는 계약서를 통해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해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손해배상을 거부했다. 또한 71개(52.2%)는 ‘사업자가 계약 이행에 착수한 후’ 계약 해제나 해지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위 A씨 사례 경우다.
이처럼 최근 5년 6개월간(2018년 1월~2023년 6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신탁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사례는 총 103건이 된다. 대부분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이나 고지가 미흡하거나 계약 당시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 계약’이 절반 이상(54건, 52.4%)을 차지했다. 또 ‘사실과 다른 표시·광고’는 15건(14.6%), 입주 지연 등 ‘계약 이행 지연’ 14건(13.6%), ‘청약철회 거부·지연’ 13건(12.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 부동산신탁 시장 규모가 증가하는 만큼, 공정한 분양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사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설득력이 생긴다. 박준용 소비자원 시장감시팀장은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를 장려하고, 소비자에게는 분양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