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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에 대한 연말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새 회계제도(IFRS17)아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연합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올해부터 적용된 지급여력제도(K-ICS, 킥스) 비율이 개선되면서 보험사들에 대한 연말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 후 채권 재분류가 어려워지면서 이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따른다.
1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회사 53곳(생보사 22곳, 손보사 31곳) 의 지난 6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 비율은 201.7%로 전분기 198.1%보다 3.6%P 올랐다. 경과조치를 적용받은 19개 보험사(생보사 12곳, 손·재보 7곳)의 킥스 비율은 223.6%다. 전분기(218.9%) 대비 4.7%P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생보사는 224.3%, 손보사는 222.7%로 전분기보다 각각 4.9%P, 4.4%P 상승했다.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킥스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자본건전성 수준을 나타낸다. 배당은 자본비율을 근거로 결정되기에 킥스 비율이 개선될수록 배당 성향 확대 여력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배당 시행 보험사 중 킥스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화재로 6월 말 킥스비율은 274.3%다. 뒤이어 삼성생명이 223.5%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219.1%), 현대해상(185.4%) 등의 보험사들도 높은 킥스 비율을 보이고 있어 연말 배당 여력 확대에 기대감이 실린다. 회계상 이익 증가 외에도 최근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배당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보험사들이 올해 IFRS17 도입 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선방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연말 배당성향 확대 예상에 힘을 싣는 요소다. 이 같은 기대감에 실제로 보험사들의 주가 역시 뛰어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1월 2일) 1387.82를 기록한 KRX 보험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전일보다 12.04포인트(0.71%) 오른 1705.87을 기록했다.
다만, 대폭 늘어난 순이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영역이 미지수로 남아있다. IFRS17 적용상 채권평가에 따른 미실현이익이 커졌는데, 배당가능이익에서 미실현이익이 제외되면서 실제 배당 가능한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미실현이익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평가액이 커질 때나 부채의 평가액이 작아질 때 생긴다. 옛 회계 제도 아래에선 보험부채를 원가평가함으로써 보유 채권을 매도가능채권이나 만기보유채권으로 재분류해 미실현이익 크기를 조정했다. 그러나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 회계제도 아래에서 채권 재분류가 어려워진 것이다. 더불어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평가 손실로 순자산이 줄어 배당가능이익은 더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현재 보험사 배당가능이익 산출 기준과 관련한 상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앞서 금융위가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인정해달라고 건의했는데,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이 높아진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이슈 또한 주주환원 확대에 제동을 거는 요소다. 보험부채 시가 평가 시 부채가 감소하면서 해약환급금이 미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채가 감소하면 자본으로 전환돼 주주배당으로 유출되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실제 적립한 보험부채가 부족해져 대량 해약 발생 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수익성 확대로 인해 배당 여력 확대를 기대해도 좋다는 전망과 IFRS17로 인한 불안정성이 배당가능 이익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에 대해 "높은 수익성과 안정적인 자본비율 등 우수한 지표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이행 여력을 보유했다"며 "킥스 비율은 2분기 기준 276%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인 가운데, 자본대비 해약환급금 준비금 비중은 3.8%로 낮은 수준. 올해 배당성향 30% 가정 시 DPS는 1만6000원, 보통주 배당수익률은 6.2%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하기에 가장 유리한 구조"라며 "보수적인 가정 기반 CSM잔액 증가율이 손보사 포함 가장 높고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없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변경으로 올해부터 이익이 경상 수준 대비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나 주주환원에 보수적인 예상 전망치(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며 "올해 보험사들의 주주환원은 주당 배당금은 늘어날 것이나 배당 성향은 크게 낮아지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전반은 배당 확대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올해 이익이 크게 늘어난 삼성화재만 해도 배당과 관련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종훈 삼성화재 경영지원팀장은 지난 상반기 컨퍼런스콜에서 "IFRS17과 킥스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가 돼야 조정할 여력이 생긴다"며 "3분기 결산 시점에 새 제도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면밀하게 보고 연말 결산을 포함해 초과 자본에 대한 자본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