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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보험대리점 자율협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대형 보험대리점(GA)의 보이콧에 보험사 소속 자회사형 GA들이 백기를 들면서 자율협약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협약으로 시장 질서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울며 겨자먹기식’ 참여라며 향후 힘의 불균형에 따른 새로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보험대리점 자율협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자율협약은 한국보험대리점협회(이하 협회)가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과도한 스카우트 방지 △광고 심의 규정 준수 △보험법령 및 금소법 준수 △소비자 선택권 보장 △준법 내부통제 경쟁력 향상 총 5가지의 사항을 품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발적인 설계사 리크루팅에서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로, 경력직 설계사에 대한 정착지원금을 초년도 판매수수료 상한제도(1200% 룰)에 포함해 운영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협회는 지난 7월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했지만 보험사 산하 GA들의 불참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됐다. 한화생명서비스를 비롯한 자회사형 GA들은 설계사 스카우트에 제동이 걸릴 경우 현재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회사 규모나 매출 전반에 영향이 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14일 김용태 협회장과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가 회동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대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자율 협약의 취지를 설명했고, 이 대표가 이에 수긍하며 협약 참여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최근 일부 GA에서 대거 ‘설계사 끌어모으기’ 리크루팅이 나타나 과도한 경쟁과 시장질서 혼란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업계에선 이번 협약이 부작용 방지와 시장질서 잡기에 일조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AIA생명 자회사 GA는 설계사 리크루팅 과정에서 이직 정착지원금을 시장 관행(20~50%)보다 최대 4배 높게 책정해 스카우트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GA에 소속된 설계사가 대규모로 이동하면 설계사 이직에 따른 고아계약 증가, 부당승환계약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GA산업은 설계사 수가 매출 규모로 직결되는 특성이 있어 업계 내 설계사 유치가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보이콧 영향을 의식한 반쪽짜리 참여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이번 참여를 ‘공룡 GA’들의 또 다른 권력 행사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대형 GA 일부가 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상품을 사실상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앞서 지에이경영자협의회(지경협)는 내달부터 한화생명 상품판매 시책(판매 프로모션)을 상품 판매일로부터 1년 후에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지경협는 설계사 수 1000명 이상의 대형 GA사로 구성된 협의체다. 공룡급 GA들이 설계사들의 판매가 시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을 이용해 사실상 해당 회사 상품 판매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삼성생명 상품도 대상에 올리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생명과 DB손해보험 등 자회사 GA가 모두 자율 협약에 참여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나중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향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이번처럼 대형 GA가 판매 중단 카드를 꺼내면서 힘을 행사할수 있다는 우려다.
과도한 경쟁을 막자는 게 오히려 자율적인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삼성생명의 GA채널 강화에 따라 경쟁에 나서야 하는 한화생명의 경우 협약 이후 이전만큼의 공격적인 스카우트가 막힐 수 있다. 일각에선 ‘공룡급’ GA에 대항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신생 GA의 설계사 확대를 저지함으로써 규모 확대를 견제할수 있어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에 힘입어 ‘설계사 빼가기’가 나타나면 업계 전반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자회사형 GA들의 경우 힘이 센 GA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득보다 실이 큰 협약이지만 수긍한듯 하다. 또한 자본력있는 모회사를 배후에 둔 초대형 GA의 확대나 기존 보험사들에 대한 견제 장치로도 보일수 있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