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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중소기업 유관단체 회장 및 기업 대표들과 함께 3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
지난해 1월 법 시행 이후 2년간 유예 기간이 짧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 준수를 위해 중소기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정부 지원 대책이 불확실한데다, 중대재해 발생 빈발 사업장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야권의 유예 연장 반대 입장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과 김상범 한국LPG산업협회장 등 협단체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소 2년간의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같은 시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을 방문해 유예기간 연장을 호소하는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전달했다.
중소기업계의 요구는 내년 1월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될 때까지 충분한 준비를 갖추기가 불가능한 만큼, 최소 2년간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그 사이에 정부의 중소기업 산재예방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이미 지난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2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을 유예했는데, 향후 2년 더 유예한다고 해서 중소기업계의 준비가 갖춰지리라는 보장이 별로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50인 미만의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A기업의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십분 공감하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며 "현실적으로 법 준수는 중견·대기업만 가능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아 사실상 중소기업들이 2년 추가 유예 뒤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를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에 섬유업계 B기업 대표는 "중대재해법 준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겠다는 말은 기업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고 법 유예가 아닌 법 제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는 "오늘 간담회는 (향후 2년간의 준비계획 발표보다는) 최소 2년 이상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해 중소기업들의 자구책보다는 법 유예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스스로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찾아내 개선책을 마련하는 ‘위험성평가 제도’의 활성화 △중소기업 수요증가에 부응하기 위한 안전관리자 대거 양성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기금(산재보험) 중 연간 1조원 정도에 불과한 산재예방 기업지원금 규모 대폭 확대 등이 가장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서정헌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위험성평가 등을 위해 정부가 안전관리자를 대거 양성해야 하며 향후 이들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해 주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중소기업이 조합 등을 통해 공동안전관리자를 고용하고 운용하면 산재예방에 필요한 중소기업의 비용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에 대비해 중소기업 산재예방 지원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확대하기로 정한 상태"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산재예방 관련 예산 확대를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기재부는 예산 확대에 소극적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내년도 고용노동부 본예산은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올해보다 3.9% 줄어든 총 33조 6039억원으로 편성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안전관리자 양성 지원사업은 현재 고용노동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산재예방 관련 사업과 예산 확대에 적극적이지만, 정부재정을 총괄하는 기재부와 국회 예산심의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유예기간 연장도 야당의 반대가 변수이다. 정의당과 함께 법 제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현재로선 유예기간 연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소기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유예기간 연장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