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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현대자동차 노사가 2023년도 임단협 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동화 전환을 위해 빠르게 달리고 있는 완성차·이차전지 업계가 ‘노조리스크’ 공포에 떨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 노사의 경우 당장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타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올해 임단협 관련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에서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다.
지난 25일 진행된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조합원 과반(88.9%)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 측은 30일 중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설정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노조에 교섭 재개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당장 쟁의행위가 펼쳐지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양측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앞으로 대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자고 제안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투표율과 찬성률이 나왔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같은 상황이 노조 집행부가 강력하게 파업을 추진할 동력원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없는 미국에서도 노조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와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은 최근 현대차에 서한을 보내 ‘지역사회 혜택 협약’ 등을 맺자고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가 공장을 지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았으니 지역 사회 환원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완성차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에 진출 중인 국내 배터리 3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경우 24일(현지시간) 공장 근로자 임금을 25% 인상하기로 UAW와 잠정 합의했다.
UAW는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과 임금협상을 하며 임금 46% 인상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에서 파업 등이 지속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현대차,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미국에 생산시설을 만들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GM과 손잡았고 SK온은 포드·현대차와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합작 형태로 미국에 만들고 있는 거점은 총 13곳이다.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등도 올해 노사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의 경우 현대차와 비슷한 처지고 한국지엠·르노코리아 노사는 임금 인상폭과 전기차 국내 생산 문제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