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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NG 은행의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는 원·달러 환율과 음의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를 보이고 있다"며 "또 다른 실망스러운 데이터를 목격하거나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엔비디아의 깜짝 호실적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움직일 요인이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을 회복시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전망 상향은 AI 프로세서에 대한 업계의 광범위한 수요 증가의 신호탄"이라며 "이는 SK하이닉스 등 주요 공급업체들의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칩 파트너이며 주가는 치솟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도체 분야 중 하나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10년 전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경쟁업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왔다. 그러나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인 HBM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SK하이닉스가 업계에서 승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주 엔비디아 실적발표 이후 한국 원화 가치는 달러대비 1.3% 올랐으며 SK하이닉스 주가는 4.2% 급등했다.
이에 따라 강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올 3분기 말까지 달러당 13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5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1324.7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 3.8% 급등했다. 한국 수출 급감, 중국 경기둔화, 미 국채수익률 급등 등의 요인들이 맞물리자 한국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원화 환율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됐다. 블룸버그는 "지난 주 환율은 저항선 중 하나인 달러당 1343원선을 돌파하는 데 실패했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봐도 현재 한국 원화는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한국 환율 전망과 관련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는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제조업과 비제조업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한다. 지난 7월 중국 제조업 PMI는 49.3으로 집계, 지난 4월(49.2) 이후 4개월 연속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돌파하지 못했다.
8월 제조업 PMI마저 50을 하회할 경우 중국 제조업 경기는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게 돼 원화 환율에 상승 압박이 다시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ANZ 그룹의 아이린 청 환율 전략가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찍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국 경제와 부채 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이는 원화 환율의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