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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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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건강보험료 산정기준은 의심? ‘따로 계산’ 논란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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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상인(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다음 달이면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단행한 지 1년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득 중심 부과’ 건보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9월 1일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에 들어가 지역가입자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를 낮췄다.

지역가입자 주택·토지 등 재산의 경우 재산 수준에 따라 500만∼1350만원 차등 공제하던 데서 5000만원 일괄 공제 방식으로 바꿨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지역가입자 자동차 보험료는 그간 1600cc 이상 등에 부과하던 것을 잔존가액 4000만원 이상 자동차에만 매기는 쪽으로 변경했다. 이에 보험료 부과 대상 자동차는 기존 179만대에서 12만대로 대폭 줄었다.

그간 역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는 등급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해 직장가입자처럼 소득 일정 비율(2023년 기준 7.09%)을 보험료로 부과한다.

다만 이런 2단계 개편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 소득, 재산에 대한 건보료 부과 비중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 산정기준별 비중은 소득 55.75%, 재산(주택·토지·건축물, 선박 및 항공기) 42.48%, 전월세 1.44%, 자동차 0.38% 등이었다.

소득 부과 비중은 기존 51.96%에서 2단계 개편 후 3.79%p 증가에 그쳤다. 반대로 소득 외 재산에 부과하는 비중은 총 44.25%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높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직장·지역 이원화라는 건보료 부과 체계 기본 골격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에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른 건보료를 물린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도 건보료를 부과한다.

주된 이유는 법인 소속 직장인 등에 대한  소득파악률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들이 주축이 된 지역가입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소득 자체와 소득 활동의 결과물인 재산까지 산정 기준으로 쓰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기준은 사실상 지역가입자들이 소득을 ‘과소 신고’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이에 성실하게 소득을 신고한 지역가입자 가운데서는 동일 소득을 가진 직장가입자 보다 무거운 건보료 부담을 지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지역 가입자는 부모와 자녀 등 세대 구성원 모두 실직 상태더라도 부동산·차량 및 전·월세 보증금 보유에 따른 건보료를 내야 한다.

실제 일가족이 반지하 월세 단칸방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 때도 이들 가족은 마지막 건보료로 4만 9000원을 납부했다.

반면 직장가입자는 부모가 수억원대 재산을 보유하더라도 부모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직장가입자는 이미 사용자(직장)와 보험료를 나눠 내는 데다, 가족 보험료까지 면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혜택을 얻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 취업 등으로 직장 가입자 지위를 허위 취득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건보 재정 부담은 지역 가입자도 나눠 진다. 


건보 공단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건보 적용 대상 인구는 직장가입자 38.3%, 피부양자 33.2%, 지역가입자 28.6%로 나뉜다. 건보 재정을 재원별로 분리 사용하지는 않으므로, 실제적으로는 지역가입자들도 직장가입자들의 피부양자 보험료 부담을 나눠 감당하는 셈이다.

또 이미 각종 복지 제도가 소득·재산 추계에서 고용된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나누지 않는 상황이지만, 유독 건보료만 이를 구분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문심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입자의 소득이 대부분 드러나는 상황에서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재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종국적으로는 폐지하는 쪽으로 로드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일환으로 현재 5000만원인 지역가입자 재산공제를 확대하고 전월세는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그나마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와 달리 월세는 ‘비용’인데 이를 전세로 환산해 보험료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문 조사관은 이를 반영해 월세 건보료만이라도 먼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동차는 생활필수품과 다름없는 데다 전 세계에서 건보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없으므로 부과 대상에서 전면 제외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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