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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
24일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RC)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내리막길을 이어온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실적이 올해 1∼7월에는 15년만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부분에서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부진하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 신에너지차(NEV)가 약 300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BYD와 테슬라가 각각 180만대, 43만 9000대를 판매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후 본격화됐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전성기였던 2009년 10%에서 현재 2% 미만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기아차 전체 실적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자 중국 사업 운영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당장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블룸버그에게 "중국 시장에 전념하고 있으며, 판매 모멘텀과 브랜드 인지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인기 SUV 모델인 팔리세이드부터 고급차 제네시스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 고객들에게 ‘현대 EV’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가 중국을 떠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컨설팅업체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의 예일 장 이사는 "전기차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낙인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힘을 빼고 있는 동시에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베이징현대는 최근 충칭 공장의 토지 사용권, 장비, 기타 시설 등을 36억 8435만 위안(약 6757억원)에 매물로 내놓는 등 중국 사업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 공장 등 5곳을 운영했으나, 베이징 1공장은 2021년 매각했고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칭 공장 매각이 성사되면 중국 내 생산공장은 2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현대차는 또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13종의 라인업을 고급차 위주의 8종으로 축소, 수익성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의 도움 없이 지난 2분기까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점도 시장 다변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유럽에선 아이오닉5가, 미국에선 투싼SUV가 호실적을 견인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에 공급을 줄여야 한다"며 "이들이 미국·유럽 시장에서 나오는 높은 마진을 포기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는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에서 공장 증설을 동시에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2026년 현대차의 글로벌 차량 판매 대수는 중국 없이 500만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이어 현대차 영업이익은 2025년에는 분기당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