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50년 만기 주담대 규제 놓고 은행권 '어수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7 16:29

금감원, 10월까지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 실시



시중은행,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제한 유력 거론



가계부채 원인은 부동산...주담대 규제 실효성 ‘글쎄’



50년 만기 유지 사례 드물어...당국 규제 타당 반론도

시중은행

▲은행 영업점.(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두고 가계대출 증가 요인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제도 개선 등을 시사하면서 은행권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기존 주담대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해 고객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한 원인은 아파트 매매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 매매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린 것으로, 주담대 만기 연장과는 연관성이 낮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규제안이 많지 않고,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만기까지 대출을 유지하는 사례도 보기 드물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 일정 수준의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은 이날 오전 은행연합회, 17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는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향후 금리상승 기대 약화, 자산가격 상승 기대감 등이 커지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어 미시건전성,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10월까지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한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상세히 분석하고, 가계대출 취급 관련 법규 준수여부 및 심사 절차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진단할 방침이다. 점검 결과 리스크 관리 등의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은 즉시 개선하고, DSR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기관과 협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다.

아파트

▲서울 아파트.(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특히 최근 들어 은행권이 내놓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에 대해 연령 제한 등의 규제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0년 만기 주담대 가입 연령을 만 34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차주당 40%로 규제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담대 대출 기간을 50년으로 확대하면 대출자 입장에서는 월 상환금액이 줄어들어 DSR 규제 하에서는 대출 한도가 확대된다. 만일 40년 만기 주담대에서는 DSR 규제로 인해 집을 사지 못했던 고객의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하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문제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둔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은행들이 50~60대 고객에도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0세 고객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으면, 100세까지 이사를 가지 않고 한 집에서 거주하면서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고객들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아도 중간에 집을 매매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실효성을 두고 지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입장에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중단할 경우 이미 대출을 받은 실수요자만 이득을 보기 때문에 나이제한이 가장 현실적인 규제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규제를 내놔야 하는데, 현재 당국이 가동할 수 있는 규제안은 많지 않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50년 만기 주담대가 유리하고, 당국 입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의 절충안으로 나이제한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가계대출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계부채 증가세의 핵심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아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인 셈이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40대 차주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리스크는 은행권이 부담하는 것"이라며 "차주가 스스로 상환능력, 향후 계획 등을 고려해 주담대 상품을 선택하게끔 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만 34세 이하 청년이, 60세의 중소기업 CEO보다 채무상환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연령, 소득 등 어떤 식으로든 50년 만기 주담대에 규제를 가할 경우 세대 간 역차별 논란과 같은 제도상 허점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s106@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