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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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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영토 양보’ 종전설 대놓고…우크라이나, 전쟁 성과 홍보 열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6 21:58
LITHUANIA NATO SUMMIT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영토 포기를 전제한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방안이 공공연히 제시되면서 우크라이나가 격분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티안 옌센 나토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1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일간 ‘VG’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영토를 포기하고 대신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는 것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그동안 종전 협상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온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의 러시아 영토 인정 요구를 들어주자는 제안이다.

대신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에 대한 동의를 받아내 종전을 성사시키자는 것이다.

옌센 실장은 "이 방안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끝낼 수 있다"면서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능한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 할양 문제가 나토에서 이미 제기된 적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언제·어떤 조건에서 종전 협상을 진행할지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런 언급은 즉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서 격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옌센 실장 구상이 성사되려면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까지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메시지에서 "흥미로운 구상이지만 문제는 그들(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가 상당 정도 논란의 대상이라는 점"이라며 "우크라이나 정권이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선 ‘고대 루시’의 수도였던 키이우(키이우)까지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루시(882~1240년)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의 모태가 된 고대 슬라브 국가다. 이 국가는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수도로 삼았었다.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에 대한 담론 형성에 참여하는 나토 관리들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러시아에 농락당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월 중순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에서도 "영토를 나토 회원국 지위와 맞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형태의 종전설은 우크라이나가 ‘공세’, 러시아가 ‘수세’인 가운데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전황이 지속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초 본격적인 반격 작전에 돌입했으나 러시아가 구축한 두꺼운 방어선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격 이후에는 남부 베르디안스크와 멜리토폴 방면 2개 전선에서 약 16~19㎞ 진격하며 러시아군의 전열을 흔드는 등 성과도 거두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성과가 생길 때 마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16일도 텔레그램에서 "우로자이네가 해방됐다. 우리 수비수들이 지역 외곽에 자리를 잡았다"고 밝혔다.

우로자이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마을로, 모크리얄리 강을 끼고 있는 러시아 중요 방어선 중 하나다.

또한 남부 아조우해 주요 항구 도시인 베르디안스크와 마리우폴에서 약 80㎞ 거리에 있어, 이들 도시 수복을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초 반격 이후 이 곳을 장악하기 위한 공세를 펼쳐왔다.

6월 말에는 우로자이네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스타로마요르스케 인근 전선을 굳힌 뒤 우로자이네 진입 작전을 벌여왔다.

로이터는 우로자이네 장악 이후 우크라이나 목표를 남쪽으로 수 ㎞ 떨어진 주요 러시아 방어선 스타롬리니우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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