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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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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전기차 경쟁력 ‘주행거리’, 길수록 좋다?…"역효과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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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주행거리를 개선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런 과도한 경쟁이 역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주행거리 개선은 전기차 성능에 있어서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는 업계의 잠재적 악재로 떠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BNEF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가 2018년 230㎞에서 2022년 337㎞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리튬이온배터리 팩 크기가 연간 10%씩 커진데 이어 배터리 용량 또한 40kWh(키로와트시)에서 60kWh로 팽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주행거리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 주행거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달 공개한 2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선 쉐보레의 대형 픽업럭인 실버라도 EV는 최대 주행거리가 업계 최고 수준인 450마일(약 720㎞)로 소개됐다. BNEF는 대형 전기차 사이에선 최소 100kWh급 배터리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동시에 주행거리마저 크게 늘어날 경우 배터리 수요가 더욱 막대해진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행거리 불안감이 해소되겠지만 배터리 공급망 측면에선 원재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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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실버라도 EV(사진=쉐보레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BNEF는 최근 각 주행거리 전망 시나리오별 전기차 배터리 수요 변화를 분석한 바 있다. BNEF는 향후 몇 년 이내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가 250∼310마일(약 400∼500㎞)까지 오른 후 이 수준에 유지될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BNEF가 제시한 ‘하락 시나리오’에선 2025년 이후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가 연간 2%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성장 시나리오’에선 전기차 주행거리가 2030년까지 매년 5% 가량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배터리 수요가 더욱 급증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BNEF는 "2030년 성장 시나리오에서의 배터리 수요는 기본 시나리오와 하락 시나리오보다 각각 50%, 70%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30년께 리튬 시장에 대규모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해 2021년과 2022년처럼 리튬 가격이 다시 폭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 시나리오에선 니켈 공급 또한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BNEF는 전했다.

아울러 BNEF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배터리 용량이 작은 전기차만 대상으로 하는 정부차원의 인센티브, 공공 충전시설 확장 등을 제시했다. 충전시설이 확대되면 소비자들은 배터리 용량과 전기차 주행거리에 민감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BNEF의 하락 시나리오 역시 충전소가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대용량 배터리 또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왔다. 쉐보레 실버라도 EV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200kWh인데 이 부분에서만 2만 5000∼2만 7000달러(약 3310만원∼3614만원)의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관련,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450마일, 500마일 주행거리 소식만 들리는 등 업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며 "배터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러면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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