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하반기 전망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반등한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시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부담으로 영향을 미쳐 하반기 실적 저조가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한동안 배럴당 70달러대 박스권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대며 배럴당 80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8월 첫째 주(7월 30일∼8월 3일) 기준으로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1.5달러 오른 배럴당 85.4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과 러시아의 원유 수출 축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 공습 지속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주요 투자은행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석유화학업계는 하반기 역시 저조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상반된 표정이다.
특히 정유업계는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까지 두 자릿수대로 올라서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 8.9달러와 비교하면 2.6달러(29.2%) 올랐다. 정제마진이 두 자릿수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1월 넷째 주 이후 7개월 만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내내 저점에 머무르던 정제마진이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 속에 정제마진 역시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하반기 실적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정제마진 전망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등유와 경유 재고가 타이트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폭염, 인도 홍수 등으로 가동 차질도 일부 발생하고 있어 정제마진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석화업계는 울상이다. 시황 불황 속에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더해져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 원가의 70% 가량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현재 석유화학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는 손익분기점(300달러)을 밑도는 상태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요 부진 속에 중국의 증설 등으로 공급과잉까지 더해지면서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며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오를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하반기 전망도 사실상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