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에 부딪힌 지금, 금융지주 CEO들은 금융시장 변화와 금융당국 감독 속에서 내실을 챙기고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4대 금융지주 CEO의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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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해 금융권의 지배구조 변화의 격랑 속에서 조용히 숨을 죽였던 KB금융지주가 하반기 금융권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이 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기가 11월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9년간 KB금융을 이끌었던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을 지금의 리딩금융 반열에 앉히며 KB금융의 역사를 써내려간 인물이다.
KB금융은 이제 윤 회장의 9년 체제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윤 회장의 공을 그대로 이어받아 KB금융의 새로운 문을 열 인물이 누구일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11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윤 회장은 KB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내부 조직을 결집시키고 외형 성장을 훌륭하게 이끌어내며 3연임을 통해 9년 동안 KB금융을 이끌어왔다.
지금까지의 성과만 보면 4연임도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변화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KB금융의 경영승계를 두고 "선진적이고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 달라"며 거듭 압박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사실상 새로운 회장 선임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다음 달이면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이 발표되고 9월에는 최종 후보자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숏리스트에는 내부 후보자군과 외부 후보자군이 모두 포함될 전망인데, 윤 회장도 내부 후보자군에 포함될 지는 불분명하다. 2020년 회장 선출 당시에는 8월 28일 4명의 숏리스트가 발표됐는데, 내부 후보군으로는 윤 회장과 당시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이, 외부 후보군으로는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외부 후보에 관료 출신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단 KB금융의 경우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후계자 양성이 이뤄지고 있어 내부 후보자군 중 차기 회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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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
특히 현재 KB금융지주 부회장인 허인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박빙의 라이벌로 꼽힌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허인, 양종희, 이동철 부회장은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대표를 각각 맡아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부회장으로 선임된 후 서로의 업무를 변경하며 후계자 검증 과정을 거쳐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 부회장이 서로의 업무를 교환하도록 한 것은 KB금융 전반의 부문을 모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사실상 업무 파악 부분에서 부회장 3인간의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을 맡아 성과를 낸 허인 부회장의 발탁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은행장을 거쳐 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단 금융당국이 ‘KB금융의 모범적인 승계’를 강조하고 있어 KB금융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인사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하반기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정림 부문장을 발탁해 금융지주 여성 CEO 탄생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최종 제재 결과가 남아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부문장이 중징계 제재를 확정받은 게 아니라 회장으로 발탁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향후에 CEO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의 4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금융권 분위기상 KB금융도 새로운 리더십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