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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
반란 주동자인 프리고진과 반란 대상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반란 종료 뒤에도 첨예한 신경전과 여론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밤 TV 연설을 통해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줬다"며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진압 대신 유혈사태 회피를 택했기에 바그너 반란군이 별다른 저항 없이 진군할 수 있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프리고진 주장은 달랐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지난해 2월 24일이 어땠어야 하는지 우리가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줬다"며 "이번 행진으로 인해 국가의 심각한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앞서 프리고진은 하루 만에 1000㎞에 가까운 거리를 주파해 모스크바 200㎞ 이내까지 신속 진군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로, 러시아 군 당국 무능함을 지적하며 자신의 유능함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은 이번 반란 과정에서 러시아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푸틴 대통령은 "모든 군인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대단한 용기를 보여줬다"며 전사자들에 "숨진 영웅들의 용기와 자기희생이 끔찍한 결과로부터 러시아를 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이 사회에 의해 단호히 거부되고 러시아에 얼마나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를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도 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자신들이 러시아군을 공격한 것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다"며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반란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진 데 대한 책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난 논조가 선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와 그들의 서방 후원자, 그리고 모든 국가 반역자 등 러시아의 적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동족상잔이었다. 그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서로를 죽이길 원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및 서방에 준하는 ‘모든 국가 반역자’에 프리고진을 넣어 ‘러시아의 적들’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프리고진은 이번 반란을 ‘정의의 행진’으로 규정하며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싸움에서 러시아 군사 엘리트 등 수뇌부 세력이 자신들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바그너그룹 구성원들의 생각과 관련해서도 자신 쪽으로 기울어진 주장을 펼쳤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이 러시아의 애국자임을 알고 있다"며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에 멈춰서 유혈사태로 향하는 선을 넘지 않은 바그너 그룹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벨라루스로 가고자 하는 바그너 그룹 멤버에는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고 말했다.
반면 프리고진은 앞서 러시아 국방부가 용병기업들에 7월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아무도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hg3to8@ekn.kr